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활약 소개…이미지 개선 의도인 듯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로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91) 전 이집트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인 유튜브에 등장해 눈길을 끈다.
16일(현지시간) 알아흐람, 이집션스트리트 등 이집트 언론에 따르면 무바라크는 전날 '무바라크 아카이브스'(Mubarak Archives)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에 모습을 드러냈다.
무바라크는 유튜브 채널에 올려진 25분짜리 동영상에서 1973년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제4차 중동전쟁(이른바 '10월전쟁' 또는 '욤 키푸르 전쟁')을 회상했다.
이 유튜브 채널의 구독자는 하루 만에 1만3천명을 넘었다.
이집트 언론은 2011년 무바라크가 권력에서 축출된 뒤 법정에서 TV에 포착된 적 있지만, 장시간 대중에 나타나기는 처음이라고 전했다.
양복을 입은 무바라크는 동영상에서 1973년 10월 제4차 중동전쟁에서 자신이 공군참모총장으로 전쟁을 준비한 상황을 설명했다.
또 당시 이집트 북부 만수라 상공에서 벌어진 이집트 공군과 이스라엘 공군의 대규모 공중전에 대해 언급했다.
알아흐람에 따르면 이집트 공군은 만수라 상공에서 이스라엘 전투기 17대를 격추해 이스라엘의 공격을 물리쳤고 그때 양측에서 공중전에 참가한 전투기는 거의 200대나 된다.
이집트 공군은 제4차 중동전쟁 초기 기습공격으로 이스라엘군에 큰 타격을 가했고 무바라크는 이집트의 전쟁영웅으로 부상했다.
무바라크는 1975년 안와르 사다트 정권에서 부통령에 올랐고 1981년 10월 국민투표를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무바라크는 30년 동안 장기집권하다가 2011년 4월 민주화 시위로 축출된 직후 체포됐고 6년 만인 2017년 3월 석방됐다.
그동안 조용히 지내던 무바라크가 유튜브 동영상을 공개한 데는 자신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이집트에서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에 대한 반정부 시위로 긴장이 고조된 흐름과 맞물려 주목된다.
지난달 20∼21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수백명이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으며 알렉산드리아, 수에즈 등 다른 여러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위가 있었다.
이번 시위는 스페인에 망명 중인 이집트 사업가인 모하메드 알리가 온라인에서 엘시시 대통령과 군부의 부패를 주장하고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엘시시 대통령이 2014년 취임한 뒤 대통령 퇴진 시위는 이례적으로, 물가 급등 등 경제난과 권위주의적 통치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누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집트 국민 사이에는 무바라크 정권 시절이 차라리 생활하기 좋았다고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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