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토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위령 헌신한 日 세키고젠 스님 별세

입력 2019-10-17 07:11  

간토대학살 조선인 희생자 위령 헌신한 日 세키고젠 스님 별세
대지진 당시 지바 다카쓰 지역 조선인 학살 피해자 매년 위령재
학살 사실 한국 등에 적극 알려…주민·시민단체와 함께 발굴도 주도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평생을 간토(關東)대학살 당시 억울하게 희생당한 조선인들의 넋을 위로하는 데 헌신한 일본 불교 승려 세키 고젠(關光禪) 씨가 최근 별세했다. 향년 91세.
17일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오충공 감독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달 16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지난 11일 고인의 일본의 지인뿐 아니라 한국인 지인들도 대거 참석한 가운데 고별식이 열렸다.
간논사(觀音寺·관음사) 주지인 고인은 간토대지진 당시 지바(千葉)현 다카쓰(高津) 지역의 조선인 학살 사건을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학살 사건은 다카쓰 지역의 나기노하라(ナギの原)라는 공유지에서 일본의 농민들이 조선인들의 손을 묶은 채 집단 살해한 사건이다.
그가 주지였던 관음사는 학살 장소 인근에 있는 절로, 그는 선대(부친)에 이어 희생자들을 공양하는 위령재를 지내왔다.
고인은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만 알려졌던 잔혹한 학살 사실을 한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전했다.
김의경 현대극장 이사장(2016년 별세), 심우성 민속연구소 소장(2018년 별세)의 도움을 받아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범종과 종루를 설치하기도 했다.


또 시민단체와 함께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억울하게 살해당한 뒤 매장된 유골을 발굴하기도 했다.
그의 주도로 시민단체와 마을 사람들, 관음사 등 3자가 합의를 거쳐 지난 1998년 발굴작업을 시작했고, 유골 6구가 발견됐다. 유골은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위령비 옆에 모셔졌다.
고인의 모습과 1985년 범종·종루 건립 과정 등을 다큐멘터리 영화 '불하된 조선인'에 담은 오충공 감독은 "세키고젠 스님은 나기노하라 학살 사건을 세상에 알리고 고인들을 발굴해 위령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 중 한명"이라고 말했다.
간토대학살은 1923년 9월 1일 도쿄 등 간토지방에 규모 7.9의 대형 지진인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뒤 일제의 자경단(민간 경찰 조직), 경찰, 군인 등이 조선인들을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대지진 후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퍼지자 일본인들은 분풀이로 조선인들을 무더기로 살해했다.
간토대지진 당시 사망자는 10만5천여명으로 추정되는데, 당시 독립신문의 기록에 따르면 조선인 6천661명이 집단학살됐다.
일본인들은 당시 조선인 3천500명 가량을 지바 나라시노(習志野)의 수용소에 모았다가 마을마다 조직된 자경단에 살해용으로 '배급'했다.
세키 고젠 스님이 위령재를 지내고 진실을 알리는 데 헌신했던 다카쓰 학살에서 희생된 조선인들도 이런 과정에서 끌려가 살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b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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