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언론 "방문 허가 소지하지 않아"…방사능 유출 미사일폭발 사고지역 인근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북부 아르한겔스크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기차역에서 미국인 외교관 3명이 러시아 체류 규정 위반 혐의로 적발돼 조사를 받았다고 '렌 TV'(Ren TV) 등 러시아 언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의 무관 등 외교관 3명은 지난 14일 오후 6시께 현지 도시 뇨녹사-세베로드빈스크 구간을 운행한 열차에 탑승하고 있다가 당국의 승객 점검 도중 적발됐다.
이들은 외국인 출입 제한 지역인 세브로드빈스크를 방문하면서 필요한 허가 서류를 소지하지 않아 열차에서 하차당한 뒤 행정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가 확정될 경우 이들은 일정 금액의 과태료를 물고 추방당할 수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면책 특권을 가진 미국 외교관들은 일단 조사를 받은 뒤 풀려난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 측은 이 사건과 관련, 자국 외교관들이 공식 출장 중이었으며 출장에 대해 합당한 방식으로 러시아 국방부에 통보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 외교관들이 아르한겔스크시를 방문할 것이라고 통보하고 실제론 세베로드빈스크시를 찾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측에 이 문제에 대한 공식 항의 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세베로드빈스크에서 멀지 않은 뇨녹사에는 지난 8월 의문의 미사일 엔진 폭발 사고가 발생한 러시아 국방부 산하 훈련장이 있다.
이곳엔 또 러시아 해군의 백해 기지 시설 일부와 선박 건조 및 수리 기업들이 들어서 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 8월 8일 아르한겔스크주 뇨녹사 훈련장에서 러시아 국방부와 원자력공사(로스아톰)가 함께 시험하던 신형 미사일 엔진이 폭발했다.
이 사고로 국방부 직원과 로스아톰 소속 과학자 등 7명이 사망하고 또 다른 군인 3명과 로스아톰 소속 과학자 3명 등 6명은 다양한 수준의 부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기상·환경감시청은 미사일 엔진 폭발로 사고 당일인 8일 정오께 방사성 물질 유출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사고 훈련장 인근 도시 세베로드빈스크의 방사능 수준이 한동안 평소의 16배까지 올라갔었다고 밝혔다.
러시아 당국이 군사기밀을 이유로 폭발 사고의 진상에 대해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신형 미사일에 장착될 핵 추진 엔진을 시험하다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 외교관들은 미사일 폭발 사고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세베로드빈스크를 찾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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