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스캔들 연루 駐EU 미국대사, '혈세로 호화관저' 논란

입력 2019-10-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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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스캔들 연루 駐EU 미국대사, '혈세로 호화관저' 논란
트럼프 후원자 출신으로 작년 취임…식당 등 꾸미려 11억원 이상 지출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가 관저를 호화롭게 개조하는 데 거액의 혈세를 썼다는 의혹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호텔 사업가 출신으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를 위해 거액을 후원한 선들랜드는 작년 7월 EU 대사로 임명돼 브뤼셀에서 근무해 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6일(현지시간) 정부조달 기록을 분석해 선들랜드 대사가 취임한 뒤 브뤼셀 위클 지구에 위치한 관저를 개보수하는데 거의 100만 달러(약 11억9천만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사 가족이 개인적으로 쓰는 별개의 식당을 만들고, 요리사가 쓰는 기존 식당을 다시 꾸미는 데 43만2천 달러(약 5억1천만원)가 들었다.
화장실과 샤워실을 리노베이션하는 데 13만6천 달러(약 1억6천만원)가, 새 음향 설비를 갖추는데 3만 달러(약 3천500만원)가 각각 추가로 지출됐다.
관저 마당에는 9만5천 달러(약 1억1천만원)를 들여 난방과 각종 편의 시설이 갖춰진 별도의 생활공간을 만들었고, 3만3천 달러(약 3천900만원)어치의 이탈리아산 수제 가구가 반입됐다.
선들랜드 대사가 취임하기 전 이 관저는 연간 1만5천∼2만 달러(약 1천800만∼2천300만원) 내외의 수영장 관리비 외엔 유지에 큰 비용이 지출된 적이 없었다.



선들랜드 대사와 함께 일해온 내부 관계자들은 그가 브뤼셀에 도착하자마자 현재의 관저에 크게 실망해 새 거주지를 마련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리노베이션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개보수 수준이 양에 차지 않은 듯 선들랜드 대사가 규정상 허용되지 않는 자비 개조까지 하려 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미 국무부는 이에 대해 17년 주기로 이뤄지는 정기 리노베이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일각에선 관저가 본 목적대로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황폐(deteriorated)"한 상태였다는 주장도 나왔으나, 다른 관계자들은 "그 주택은 훌륭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민주당 유력 대권주자에 대한 수사를 은밀히 압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탄핵조사에 착수한 미 하원은 17일 선들랜드 대사를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선들랜드 대사는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와 함께 우크라이나 정부가 조 바이든 전 미국 부통령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내놓을 발표문 초안을 대신 써주기까지 하며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9월에는 군사원조를 빌미로 수사를 압박하는 행태에 문제를 제기하는 다른 외교관에게 "트럼프는 어떤 종류의 '퀴드 프로 쿼'(quid pro quo·보상 또는 대가로 주는 것)도 없이 명확했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은 선들랜드 대사가 해당 메시지를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아 전달했을 뿐이라고 증언할 것이라고 전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이날 대사직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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