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기 스펙트럼으로 중력으로 빨아들인 주변 행성 분석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태양처럼 질량이 크지 않은 별은 진화 마지막 단계에서 표면이 모두 날아가고 고밀도의 핵만 남는 백색왜성이 된다. 더는 태울 연료가 없어 서서히 식어가다 빛을 내지 못하는 암체로 일생을 마감하는데, 이 백색왜성의 빛에서 주변 행성의 흔적을 찾아내는 새로운 분석법으로 지구와 같은 행성이 발견만 안 됐을 뿐 우주에 흔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 따르면 이 대학 우주화학 담당 에드워드 영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백색왜성 빛을 전자기 스펙트럼으로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우주에 암석형 행성이 매우 많이 존재하며, 많은 암석형 행성이 지구를 닮았을 수 있다는 결론을 담은 논문을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200~665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6개의 백색왜성을 대상으로 수집한 전자기 스펙트럼 자료를 분석했다. 각 원소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해 스펙트럼을 통해 원소의 성분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수소와 헬륨 이외에 탄소와 산소, 실리콘, 마그네슘 등 백색왜성이 주변 행성이나 소행성 등에서 빨아들인 물질에서 나온 원소들이 확인됐다.
백색왜성은 진화 과정에서 탄소와 산소, 질소 등 무거운 원소는 모두 핵 안으로 빨아들이고 수소나 헬륨과 같은 가벼운 원소만 남아있는데, 현재 대기 중에 관측되는 무거운 원소들은 행성계 안의 행성이나 소행성 등의 천체에서 백색왜성의 강력한 중력에 붙잡혀온 파편이나 물질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런 점을 들어 백색왜성 대기를 관측하는 것은 "(백색왜성이) 행성계에서 무엇을 먹었는지를 부검을 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영 교수 연구팀은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백색왜성이 주변을 돌던 행성에서 빨아들인 암석의 성분이 지구의 물질과 유사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철과 산소, 실리콘, 마그네슘, 칼슘, 알루미늄 등 암석의 가장 일반적인 6대 원소를 분석하고 수학적 계산과 공식을 이용해 백색왜성에 떨어진 암석의 화학적 성분을 추산해 지구와 화성 암석의 성분과 비교했다.
논문 제1저자인 UCLA 대학원생 알렉산드라 도일은 "산화(酸化·oxidation) 철 측면에서 지구나 화성과 매우 유사했으며, 암석은 어디서든 지구물리학, 지구화학적 성질이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했다.
철은 산소와 전자를 공유해 화학적으로 결합하며 산화해 녹(綠)을 만드는데 이런 철의 산화가 비슷했다는 것이다.
암석형 행성에서 산화는 대기와 핵, 표면의 암석 등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데, 영 교수는 "지구 표면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적 반응은 궁극적으로는 행성의 산화 상태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으며, 지구가 대양과 생명체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갖고있는 것도 행성의 산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태양계 내 암석들에서 강한 산화가 나타나는 것이 미스터리가 돼왔고, 다른 별에서도 그런지 의문이 제기돼 왔는데 우리의 연구 결과는 '그렇다'라는 답을 주고있다"면서 "이는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는데 정말로 좋은 징후다"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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