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국가의 에어버스 불법보조금 지급 문제 삼아 예정대로 부과
유럽산 와인·위스키·치즈 등 농산물도 25% '관세 폭탄'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권혜진 기자 = 미국 정부가 유럽 항공기 제조사인 에어버스에 대한 불법보조금을 문제 삼아 75억 달러(약 8조8천억원) 규모의 유럽연합(EU) 회원국 제품에 대해 18일(현지시간) 관세를 부과했다.
AFP를 비롯한 외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당초 예정대로 이날 EU에서 수입되는 에어버스 항공기에는 10%, 와인·위스키·치즈 등을 포함한 농산물과 공산품에는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앞서 세계무역기구(WTO)는 지난 14일 분쟁 해결기구(DSB) 특별 회의를 열고 EU가 에어버스에 불법보조금을 지급했다고 최종적인 판정을 내려 미국이 EU 제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
이후 EU 당국자와 미국 무역 대표단이 관세 부과 유예를 위한 막판 회담을 벌였으나, 회담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미국이 결국 예정대로 관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에 따라 미국이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서 만든 에어버스 항공기를 수입하면 10% 관세가 붙는다.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통상 갈등의 시발점이 됐지만 이번 관세 부과 대상에는 항공기 외에 소비재도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보복 관세 시행을 예고한 와인에도 관세가 붙었다. 프랑스, 스페인, 독일산 와인 모두 25%의 관세가 부과될 예정이다.
프랑스는 와인 외에 치즈도 관세 부과 대상이며 이탈리아의 치즈, 영국의 위스키와 사탕, 독일의 커피·과자·와플, 스페인의 올리브와 올리브유도 관세 부과 명단에 포함됐다고 EFE통신은 설명했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에 대해 EU 측은 반격을 예고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DC에서 개최된 IMF 연차총회 도중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유럽은 WTO 방침의 틀 안에서 보복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이번 결정은 경제는 물론 정치적 관점에서도 매우 심각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르메르 장관은 이날 오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도 만날 예정이다.
르메르 장관은 또한 미국이 중국에 이어 EU와 또 다른 무역 분쟁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며 "이런 종류의 갈등은 피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AFP통신도 미·중 무역 전쟁의 수렁에 미국이 점점 빠져드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관세 부과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로 인해 세계 경제가 더욱 불안정해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U는 미국에 대한 보복 조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내달 중순께 유럽산 자동차에 대해서도 관세 카드를 꺼내들지 몰라 우려하는 분위기다.
폭스바겐이나 BMW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미국에도 제조공장을 두고 있지만, 관세 부과가 결정되면 특히 독일 자동차 업계의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하는 건 쉽지만 "유럽에 우리 제품을 가져오는 것은 어렵다"며 자동차 관세를 놓고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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