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국가가 후원하는 마약밀매"…에르난데스 대통령도 공모 의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대통령의 친동생이 미국에서 마약밀매 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았다.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의 연방법원에서 열린 후안 안토니오 에르난데스(41·토니 에르난데스)에 대한 재판에서 배심원단은 마약밀매 혐의와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토니 에르난데스는 온두라스 전 의원이자 에르난데스 현 대통령의 친동생으로,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에서 체포됐다.
미국 검찰은 그가 220t 상당의 코카인을 미국에 몰래 들여왔다고 주장했다.
토니 에르난데스에 대한 선고일은 내년 1월 17일로, 최대 종신형에 처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평결 이후 피고인 측은 무죄 주장을 고수하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에선 토니 에르난데스의 유죄 여부 못지않게 형 에르난데스 대통령의 연루 여부가 관심사였다.
미 검찰은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기소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공모자'로 표현했다. 마약 조직의 뇌물이 동생을 통해 에르난데스 대통령에까지 흘러 들어갔으며, 그 대가로 에르난데스 대통령이 마약 조직을 비호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6일 최후 진술에서 "국가가 후원하는 마약 밀매"라며 "강력한 권력과 통제력으로 피고인은 사실상 손댈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결을 앞두고 지난 두 주간 이어진 재판에선 에르난데스 대통령 측에 뇌물을 줬다는 마약 카르텔 관계자들의 증언이 잇따랐다.
한 증인은 현재 미국에서 수감 중인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일명 엘차포)도 토니 에르난데스를 통해 에르난데스 대통령에 1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뇌물로 줬다고 진술했다.
역시 살인 혐의로 수감 중인 온두라스 마약 카르텔 전 두목도 에르난데스 대통령을 비롯한 여러 명의 정권 인사에게 뇌물을 제공했다고 증언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트위터와 연설 등을 통해 "100% 거짓"이라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그는 자신이 마약 카르텔 소탕에 앞장섰다며, 체포된 마약 업자들이 검찰에 협조해 감형을 받고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평결이 나온 후 에르난데스 대통령은 트위터에 "평결 소식을 매우 슬프게 받아들인다"며 "온두라스 정부를 대표해 온두라스 이름에 먹칠하려는 그릇되고 무책임한 주장을 배격한다"고 말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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