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연정협상 난항…네타냐후 '정치 운명' 안갯속

입력 2019-10-20 06:00  

이스라엘 연정협상 난항…네타냐후 '정치 운명' 안갯속
24일이 1차 데드라인…연정 구성권, 청백당 간츠 대표에 넘어갈 수도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69) 이스라엘 총리가 차기 총리 후보로 지명된 지 3주가 넘었지만, 연립정부 구성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다.
우파 정당 리쿠드당을 이끄는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레우벤 리블린 대통령으로부터 28일 동안 연정을 구성할 권한을 부여받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오는 24일 전까지 다른 정당과 연정을 꾸려야 한다. 그때까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대통령이 기간을 14일 더 연장할 수 있다.
이스라엘 언론에서는 리블린 대통령이 연정 협상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중도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의 베니 간츠 대표 등 다른 당수를 다시 총리 후보로 지명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이 다급한 상황이지만 좀처럼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7일 간츠 청백당 대표에게 유대주의 성향 정당들을 포함한 연정 구성안을 새로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이후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간츠 대표가 아랍계 정당들과 연정을 꾸리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며 이는 이스라엘 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은 지난 9월 17일 총선에서 청백당에 1석 뒤진 32석을 확보했다.
리쿠드당과 유대주의 정당 등 우파 동맹은 55석으로 연정 구성에 필요한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과반 의석(61석)에는 부족하다.
그러나 청백당은 리쿠드당과 연정을 구성할 수 있지만, 비리 혐의를 받는 네타냐후 총리와는 손잡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 중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년간 사업가, 유명 영화 제작자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선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달 초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배임 및 사기 등 3건의 비리 혐의에 대한 청문회가 진행됐으며 검찰은 그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차기 이스라엘 총리를 좌우할 '킹메이커'로 꼽힌 아비그도르 리에베르만 전 국방부 장관은 아직 중립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리에베르만 전 장관은 총선에서 8석을 확보한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을 이끌고 있으며 유대주의 정당들과는 협력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리에베르만은 지난 4월 총선 직후에도 '하레디'로 불리는 유대교 초정통파 신자들에게 병역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며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연정 참여를 거부했고, 결국 조기총선 사태를 초래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에 성공하려면 청백당이나 '이스라엘 베이테누당'의 지지를 얻어야 하지만 팽팽한 입장 차이로 연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인 셈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재임 기간이 모두 13년 7개월로 역대 이스라엘 총리 중 가장 길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계속 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연정 구성에 실패하고 검찰에 기소될 경우 정치 인생의 고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의 간츠 청백당 대표가 연정 구성권을 부여받으면 리에베르만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이스라엘 방송 채널13은 간츠 대표가 리에베르만과 연정을 구성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noj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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