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지미 카터는 지난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의 39번째 대통령을 지냈다.
그러나 그는 공화당 후보인 로널드 레이건에게 패해 대통령 자리를 넘겨주고 1982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정치학자와 역사학자들이 가장 '평균적인 대통령'으로 꼽은 그는 퇴임 후 민주주의와 인권 확산 활동을 위해 카터 센터를 설립했고, 이후 활동은 현역 정치인 시절보다 훨씬 후한 평가를 받았다.
올해 95세인 카터는 이미 가장 오래 생존한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을 받은 4명의 미국 대통령 가운데 하나다.
그런 카터 전 대통령은 이번 주 개인의 삶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을 쌓았다
1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카터 전 대통령과 로잘린 여사 부부는 올해 결혼 73주년을 맞았다.
카터 센터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날까지 무려 2만6천766일을 부부로 해로했다.
이는 '아버지 부시'로 불리는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바버라 부시(2018년 사망) 부부의 부부생활 기간(2만6천747일)을 넘어선 역대 미국 대통령 부부 중 최장 기록이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절반은 이들이 결혼생활을 한 기간 만큼 생을 이어가지도 못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여동생인 루스의 소개로 만나 1946년 각각 21살, 18살의 나이에 화촉을 밝힌 두 사람은, 결혼 이전에도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에서 이웃으로 사실상 평생을 알고 지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의 저서 '어 풀 라이프: 90살의 회고'에서 로살린 여사가 자신에게 오랫동안 연정을 품었고, 그녀와 여동생 루스가 두 사람을 연결하기 위해 '음모'를 꾸민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소개했다.
또 그는 1945년 해군사관학교 여름방학 중 로살린을 만나게 된 상황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미인대회 입상자인 다른 여성과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방학 마지막 날 밤 여동생 루스, 루스의 남자친구와 시내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던 중 교회에서 나오는 로살린을 처음 봤고 그날 밤 함께 영화를 봤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은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고 극도로 부끄러워했으며 분명히 똑똑했다. 하지만 포드 쿠페 차량의 럼블 시트에서 우리의 대화는 거침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튿날 로살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어머니의 질문에 "결혼할 사람"이라는 답을 하고는 자신도 놀랐다고 덧붙였다.
카터는 그해 크리스마스 브레이크에 그녀와 데이트를 했고, 이듬해 2월 대통령의 날 자신을 방문한 로살린에게 청혼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당시 대학생이던 그녀는 임종을 앞둔 아버지에게 했던 '대학 졸업 후 결혼' 약속을 지키려 했다는 것이다.
안달이 난 카터는 이후 지속해서 로살린에게 전화와 편지 공세를 펼치며 진심을 호소했고, 결국 이듬해 7월 7일 두 사람이 나란히 학업을 마치자마자 결혼식을 올렸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은 결혼 70주년을 맞은 지난 2016년 인터뷰에서 로살린과 해로 비결로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각자의 공간에 대한 배려라고 밝혔다.
카터 부부는 애틀랜타에 있는 카터센터에서 각각의 사무실을 두고 있으며, 집에서도 개조된 침실과 주차장에 각자의 공간을 마련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