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의장에 2통, 정상들에게도 별도 서한…영국 의원들에게도 보내
"의회 의견은 무시하라…나는 브렉시트 연기 요청 안해" 메시지 담아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 예정일을 불과 열흘 앞두고 새롭게 마련한 브렉시트 합의안 처리가 미뤄지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법률 규정에 따라 EU에 브렉시트 연기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그러나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에 서명하지도 않았고, 별도의 서한에서는 연기 요청이 자신의 뜻은 아닌 만큼 무시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간 더 타임스의 일요판인 선데이타임스는 20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EU 측 등에 수신자와 내용이 서로 다른 3종류의 서한을 보내 영국 행정부 수반으로서 일종의 '사보타주(sabotage, 태업)를 강행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존슨 총리가 이를 통해 오는 10월 31일로 정해진 브렉시트 시한을 연장하려는 '브렉시트 파괴자들(Brexit Wreckers)의 음모'를 무력화하려 한다고 진단했다.
우선 알려진 대로 존슨 총리는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에게는 정식 브렉시트 연기 요청 서한과 함께 브렉시트 연기 요청이 자신의 뜻이 아니라는 내용의 별도 편지도 보냈다.
하드카피와 이메일 2가지 형태로 보낸 이 서한에는 '정부가 법률을 준수해야 하므로 어쩔 수 없이 보내는 편지'라는 EU 주재 영국 대사의 약식 설명이 포함돼 있다.
영국 하원은 이날 브렉시트 합의안 승인투표에 앞서 보수당 출신 무소속 의원 올리버 레트윈 경이 제출한 수정안을 먼저 표결해 가결 처리했다. '레트윈 수정안'은 브렉시트 이행 법률이 최종적으로 의회를 통과할 때까지 존슨 총리의 합의안에 대한 의회 승인을 보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도하지 않은 '노딜' 브렉시트를 방지하자는 취지다.
그러나 이후 존슨 총리는 "EU와 브렉시트 연기를 놓고 협상하지 않겠다. 법률도 나를 강요하지 못한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그런 존슨 총리는 의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리의 유럽연합 친구들이 (영국) 의회의 (브렉시트 연장) 요구를 거절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썼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뿐만 아니라 합의안 승인 보류 결정 후 존슨 총리는 유럽연합 정상들과 전화 통화에서 "이번에 보내는 편지는 의회가 보내는 것이지 내가 보내는 건 아니다. (브렉시트 연장) 요청 주체는 의회일 뿐 나는 아니다"고 못 박았다.
이런 뜻을 반영해 존슨 총리는 정부 법률전문가들을 통해 세심하게 작성한 별도의 편지를 EU 정상들에게 보냈다.
이 편지에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연장을 '매우 소모적인'(deeply corrosive) 것이라고 묘사했으며, 영국 정부가 계속 합의안 승인을 추진하겠다는 뜻과 함께 브렉시트 추가 연장은 영국과 EU 파트너의 이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썼다.
영국 총리실 소식통은 "총리는 법률을 준수해야 하므로 정부가 이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법률은 총리에게 정책 변경을 요구하지 않으며 총리도 정책을 바꾸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리가 브렉시트 요청 서한에 서명하지 않은 데 대해 "법률에는 총리가 서명해야 한다는 조항이 없다. 다만 서한을 보내야 한다는 내용만 있다"고 답했다.
총리실 소식통은 또 "오는 28일 EU 집행위원회 회의가 열린다. 그때까지는 (브렉시트 연기 요청에 대한) 답변이 없을 것"이라며 "EU도 우리가 이번 합의안을 적용해 떠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다만, 마크롱(프랑스 대통령), 메르켈(독일 총리) 그리고 다른 정상들이 집단으로 브렉시트 연기는 없다고 선언을 할 수도 있다"며 "따라서 의회가 다음 주에 합의안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엄청난 도박을 감수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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