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주둔 미군, 이라크로 이동…쿠르드 "가라, 배신자"(종합)

입력 2019-10-21 21:30  

시리아 주둔 미군, 이라크로 이동…쿠르드 "가라, 배신자"(종합)
쿠르드 여성 민병대 휘장 달고 철수하는 병사 목격도
이라크서 미-이란 군사적 긴장 고조할 듯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시리아 북부에 주둔했던 미군 일부가 21일(현지시간) 오전 국경을 넘어 이라크 북부로 이동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사 기자가 미군을 태운 군용 차량 100여대가 시리아 북서부에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 주의 사헬라 국경 검문소를 지나는 장면을 이날 목격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터키와 22일까지 시리아 북부에서 군사작전을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합의했으며, 이 휴전 기간을 이용해 미군 병력을 이라크로 이동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라크 북부에 도착한 미군의 사진과 동영상이 게시됐다.
SNS에는 미군의 철수에 성난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 주민들이 이곳을 빠져나가는 미군의 군용 차량에 돌과 토마토, 썩은 음식을 던지면서 "가라, 이 배신자들"이라고 소리치는 동영상이 확산했다.
시리아 북부의 쿠르드 민병대는 그간 미군의 지원 아래 이슬람국가(IS)와 전장에서 선봉 부대 역할을 했다. 2014년부터 약 1만명이 전사하면서 IS의 확대를 막았고, 이란이 후원하는 시리아 정부와도 맞섰다.
그러나 미국은 시리아 북부에서 철군하면서 터키군의 쿠르드족 공격을 사실상 용인했다.
AFP통신은 미군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 병사가 시리아 쿠르드 여성 민병대(YPJ)의 휘장을 어깨에 단 채 미군 장갑차를 타고 시리아 북부에서 가장 큰 탈타므르 기지에서 철수하는 사진을 보도했다.
알아안 방송의 중동 전문기자인 제난 무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시리아 북부에 미군이 처음 왔을 때 쿠르드족은 꽃을 선사하며 그들을 영웅이라고 칭송했는데, (터키의 공격에) 겁에 질린 쿠르드족은 이제 떠나는 미군에 돌을 던진다"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19일 시리아 북부에 주둔한 미군 병력 상당수가 이라크 서부로 이동한다고 발표했다.
AP통신은 이라크 서부로 옮기는 미군은 700명 이상이고, 나머지 200∼300명은 시리아 남부 알탄프 기지에 잔류한다고 보도했다.
이라크 서부는 이슬람국가(IS)의 과거 근거지로, 여전히 이들의 잔당이 활동하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터키가 시리아 북부 쿠르드족을 공격하기 직전인 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통화한 뒤 이곳의 미군 1천여명을 철수하도록 명령했다.
시리아 주둔 미군의 이라크 이동을 이라크 정부가 사전에 동의했는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이라크 정부는 자국이 미국과 이란의 전장이 되지 않도록 외국 군대의 주둔은 이라크 정부가 요청하고 승인할 때만 가능하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이라크 서부에 주둔할 미군이 수백명 수준이고 이란과 지리상으로 멀지만 결과적으로 미군이 이라크에 추가 주둔하는 셈이어서 미국과 이란, 또는 이라크내 친이란 무장조직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은 한층 커지게 됐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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