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노딜' 후 침묵깨며 北 발언, 협상견인 '강온병행'…전쟁 언급 이례적
톱다운 돌파구 시도 관측 속 국내외 악재 산적 수세국면 전환용 포석 분석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고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며 "어느 시점에서의 중대한 재건(a major rebuild)"을 거론했다.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톱다운 케미'를 거듭 강조하면서도 협상이 결렬되는 경우를 상정한 듯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압박성 발언도 내뱉었다.
지난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결렬 뒤 북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켜온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스톡홀름 노딜'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이 다시 교착국면을 맞은 가운데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해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제시하는 강온 병행 메시지를 김 위원장을 향해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행에 나서며 '적대 세력들의 집요한 제재와 압살 책동'을 거론,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하며 '중대 결심' 가능성을 내비친 와중에서다.
북한은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노딜'로 막을 내린 뒤 '선(先) 적대 정책 철회'를 내세워 연말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하며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라고 대미 압박에 나서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김 위원장을 향한 메시지 타전으로 '톱다운 방식'을 통해 다시 한번 꽉 막힌 현 국면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 안팎의 악재로 입지가 좁아진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연내 대북 외교 결실이 절실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이날 '화두'만 던져놓고 궁금증을 자아내는 특유의 화법대로 '흥미로운 정보'와 '중대한 재건' 언급에 대해 추가로 부연하지 않았다.
'매우 흥미로운 정보'와 관련, '아마 뭔가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다', '많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언급과 맞물려 교착상태 이면에서 실무협상 재개 등을 위한 모종의 물밑 움직임이 있음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북한을 향해 '당신들에 대한 매우 흥미로운 정보를 갖고 있다'는 식의 표현으로 협상 상대인 북한의 관심과 주의를 환기하려는 '협상 전술'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중대한 재건'과 관련해서도 비핵화 시 '더 밝은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그간 기조의 연장 선상에서 가시적 비핵화 행동에 나설 경우 경제적 보상책을 제공하겠다는 메시지로 유화의 손짓을 다시 한번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동시에 협상의 재개를 시사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는 등 그 의미가 불분명해 보인다.
미국이 스톡홀름 협상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로 북한이 강원도 원산 일대에 건설 중인 '원산 갈마 해안관광지구'의 중장기 개발 계획 및 청사진을 제안했다는 일부 보도와 맞물려 '중대한 재건'의 의미를 풀이하는 시각도 있다.
앞서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북한에 내놨다는 '창조적 제안'과 관련, 북한이 보유한 모든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으로 인도하고, 북한 핵·미사일 관련 시설을 완전히 해체하는 등의 조건으로 석탄·석유 수출금지를 유보하는 것이었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지난 16일 상원 청문회에서 미국의 안전보장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의 맞교환을 거론하며 북한이 최우선으로 꼽는 안전보장에 대한 전향적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 가운데 하나는 '전쟁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집권하지 않았다면 큰 전쟁이 났을 수 있다고 '대북 치적'을 자화자찬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페이스에 말리지 않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해온 연장선으로 읽히는 발언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관여 드라이브가 본격화된 이후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언급을 내놓은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뉴욕에서 유엔총회 계기에 열린 한미정상회담 때만 해도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언급하며 군사적 행동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로 밝힌 바 있다.
그만큼 협상 결렬 시를 대비, 대북 강경 기조로의 선회를 뜻하는 '플랜B' 가동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대북 압박 및 경고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및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사실상 묵인하는 듯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북한이 핵실험·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로 '레드라인'을 넘을 경우에는 미국 본토가 위협받게 되면서 재선 가도에서 타격을 입게 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대북 발언'을 놓고 복잡한 국내외적 난제로 궁지에 몰린 처지에서 주위를 돌리기 위한 국면 전환용 포석과도 무관치 않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당시 주최국인 스웨덴이 북미 재회의 시한으로 제안했던 '2주'를 이미 넘기고서도 아직 뚜렷한 북미 간 재회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실제 진전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특유의 '과장화법'으로 주의를 환기시키려고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인 셈이다.
이를 통해 탄핵 국면과 시리아 철군 후폭풍, 자신의 골프리조트에서의 G7정상회의 개최 철회 등으로 처한 수세국면에서 탈피하기 위한 셈법이 가동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고개를 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북한 언급은 두 차례 모두 다른 화제에 대한 이야기 도중 불쑥 이뤄졌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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