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인 현 당대표도 사의표명 지지…남아공 제1야당 내분 휩싸여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흑인이면서도 백인정당으로 간주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제1야당 민주동맹(DA) 소속인 헤르만 마샤바 요하네스버그 시장이 21일(현지시간) 사의를 밝혔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샤바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하고 내달 27일 시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마샤바 시장은 "난 불평등 논의에서 인종은 중요하지 않다고 믿는 이들과는 화해할 수 없다"면서 식민 통치 유산이 모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글을 2017년에 트위터에 올려 공분을 산 백인 정치인 헬렌 질의 당 지도부 복귀가 사의 표명의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또, 흑인이 다수인 빈곤층을 위해 자신이 추진한 정책들이 민주동맹에 의해 "약화하고, 비판받고, 거의 불가능한 수준으로 발기발기 찢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폐지 후 선출된 첫 민주동맹 출신 요하네스버그 시장이었던 마샤바 시장의 사임으로 민주동맹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넬슨 만델라가 몸담았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25년째 장기 집권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민주동맹은 2015년 음무시 마이마네를 첫 흑인 당대표로 선출하는 등 백인 중심 정당이란 이미지를 쇄신하고 저변을 확대하려 시도해 왔는데, 마샤바 시장의 사임으로 내부적으로는 흑백 갈등이 심각했다는 점이 드러나게 됐다.
이런 당내 내홍에는 올해 5월 총선에서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민주동맹은 당시 총선에서 20.77%를 득표해 제1야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의석수가 89석에서 85석으로 줄었다.
좌파 정당인 경제자유전사(EFF)가 약진하는 가운데 전통적 지지층이었던 보수 성향 백인 유권자들이 민주동맹을 외면한 결과다.
그런 와중에 논란이 있는 인물인 질이 민주동맹 당 지도부에 복귀한 것은 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의식한 결정으로 해석되지만, 당내 흑인 지도자들의 반발을 불렀다.
다민족·자유주의 정당으로 바뀌었던 민주동맹이 과거의 백인 일색 조직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마이마네 민주동맹 현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표명하는 마샤바 시장의 손을 잡아 든 채 "당신은 내 영웅이다. 당신은 내 영웅이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BBC는 마샤바 시장의 사의 표명으로 민주동맹 내부의 깊은 균열이 겉으로 드러났다면서 경제난 악화와 각종 비리 스캔들로 궁지에 몰린 여권이 반사이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ANC는 올해 총선에서 승리했으나, 1994년 이후 최저 득표율인 57.51%를 기록했고 의석수도 249석에서 230석으로 줄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제1야당이 인종 문제로 내분에 휩싸인 것은 ANC에는 예상치 못한 행운이라고 BBC는 평가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