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시리아·이라크에서 패퇴한 수니파 극단주의조직 '이슬람국가'(IS)가 10대 사이에 인기인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린 추종자 포섭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IS가 동영상 공유 앱 틱톡에 10대 이하 이용자를 겨냥해 올린 짧은 선전영상이 다수 발견됐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의 모기업인 뉴스코프 소속의 소셜미디어 정보기업 스토리풀은 IS를 선전하고 추종자를 모집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동영상을 유포하는 계정 약 20여개를 확인했다.
이들이 유포한 영상물에는 IS 깃발이나 선전 음악이 나오고, IS 선전매체 아마크에 실린 내용이 자주 언급된다.
선전영상을 유포하는 일부 계정은 팔로워가 1천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IS는 초기부터 페이스북이나 텔레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며 온라인에서 다른 무장조직의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 지위를 누렸다.
IS는 이용자의 연령대와 성향에 맞춰 틱톡에서는 젊고 경쾌한 이미지로 제작된 선전물을 올리고 있다.
별과 하트 등 틱톡에서 제공하는 '필터'로 장식하거나, 매력적으로 묘사된 전투원의 사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IS 선전가는 배경 음향으로 쓰인다.
한 영상에는 "우리는 죽을 때까지 충성을 맹세한다"는 아랍어 음성이 나온다고 WSJ은 전했다.
옥스퍼드대학의 극단주의 전문가 엘리자베스 켄달은 "입에 착착 감기는 노래를 따라 부르게 하며 ISIS(IS의 옛 약칭)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방식은 빠르게 퍼져나가고 대중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면서 "이는 설교나 신학적 토론·논문보다 훨씬 효과적인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틱톡 운영업체 바이트댄스(중국명 쯔제탸오둥[字節跳動])는 스토리풀의 문제 제기에 따라 선전영상을 삭제하고 이를 올린 계정을 중지시켰다.
본거지에서 패퇴한 후에도 IS는 소셜미디어 등 온라인에서는 왕성하고 다양하게 활동하며 극단주의 콘텐츠를 제거하는 기술을 피해 나가려 애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IS의 다양한 온라인 활동은 추종자 포섭 외에도 영토 상실 후 존재감 약화를 막으려는 의도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극단주의 색채가 옅어진 콘텐츠는 걸러내기에 더 까다로워 소셜미디어 업계에 더 힘든 과제로 부상했다고 WSJ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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