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탄핵조사 '린치'에 비유…또 '인종적 언사'에 비난 쇄도

입력 2019-10-23 00:55  

트럼프, 탄핵조사 '린치'에 비유…또 '인종적 언사'에 비난 쇄도
"모든 공화당원 '린칭' 기억해야"…'백인 지지층 결집' 재선 노림수 시각도
민주당 "사용해선 안되는 단어…궁지 몰릴 때마다 '인종폭탄' 투하" 반발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자신에 대한 미 하원의 탄핵 조사를 '린치'(lynch·처형)에 비유했다가 또다시 부적절한 인종적 언사로 갈등을 유발한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내년 재선 도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잊힐 만하면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하면서 정치적 공방을 불러일으키는 형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조사를 진행 중인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으면서 '린칭'(lynch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는 "언젠가 한 민주당원이 대통령이 되고 공화당이 하원에서 승리한다면, 근소한 차이라 하더라도, 공화당은 정당한 절차나 공정성, 법적 권한 없이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원 의석의 절반을 약간 넘긴 민주당이 탄핵조사 실시 여부를 묻는 표결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자 이번 조사에 대해 '마녀사냥'이라고 반발해온 것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민주당은 표결 없이도 탄핵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모든 공화당원은 여기서 목격하고 있는 것, 린칭(lynching)을 기억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적었다.
린치 또는 린칭은 미국 남북전쟁 이후 남부 백인우월주의들이 흑인을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불법적으로 처형하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AP통신은 린칭, 즉 교수형은 백인이 흑인에 대한 분노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으며, 미국에서 인종적 긴장이 고조되던 19세기말 대부분 남부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한 시민단체를 인용해 1882년부터 1968년까지 4천700명 이상의 린치가 있었고, 그중 거의 4분의 3이 흑인 피해자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용어를 사용한 데 대해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인 제임스 클라이번 의원은 CNN방송에 출연해 "이것은 어떤 대통령도 자신에게 적용해선 안되는 단어"라며 "나는 이 단어의 역사를 안다. 이것은 우리가 사용할 때 매우, 매우 조심해야 할 단어"라고 비판했다.
미국의 급진적 흑인운동 단체인 '블랙팬서' 지부를 설립한 바비 러시 하원 의원은 해당 트윗 삭제를 요구했다.
그는 트윗을 통해 "당신은 이번 탄핵이 린칭이라고 생각하느냐.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거냐"라며 "당신은 당신같은 사람이 이 나라를 세운 이래 나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이 처형됐는지 아느냐"고 비난했다.
흑인의원 모임 의장인 민주당 캐런 배스 하원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헌법적 절차를 잔인한 고문에 비교한다고 비판하며 "당신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이런 '인종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우리는 이 미끼를 삼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민주당 흑인 중진의원의 지역구이자 흑인 거주자 비율이 높은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혹평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을 촉발했다.
또 민주당의 유색 여성 하원 의원 4인방에게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막말' 수준의 언사를 쏟아냈기도 했다.
미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분열적 언사를 통해 내년 재선 도전에서 주요 공략층인 '노동자·백인' 유권자의 지지를 강화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jbry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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