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멧돼지 72마리 포획…"OIE·FAO 통해 北발병 상황 파악 시도 중"
강원도 수매신청 '제로'…살처분 보상금 시세 기준 구제역과 달라
(세종=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농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발병하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이달 9일 경기도 연천을 마지막으로 2주가 지나도록 잠잠하면서 소강 국면에 들어갔다.
정부는 그러나 아직 안심할 수 없다고 보고 농가를 상대로 구체적인 방역 수칙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한편, 수매 신청 독려에 나서고 있다.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사육 돼지에 대한 ASF 발생 건수는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에서의 첫 확진 이후 지금까지 파주 5건, 연천 2건, 김포 2건, 강화 5건 등 총 14건이다.
다만 야생멧돼지 폐사체에서는 지속해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돼 누적 건수로 12건에 이르렀다.
농식품부는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접촉에 의해 전파되므로 농장에서의 철저한 차단이 방역의 첫걸음"이라며 "한돈농가·축협 조합원·한돈협회 소속 회원을 대상으로 문자와 카카오톡을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홍보 메시지는 월·목, 화·금, 수·토 등 요일별로 매일 발송된다. 멧돼지 등 포유동물 출입 차단, 매개 우려동물 차단·제거, 사람을 통한 전파 우려 차단을 위해 구체적인 수칙이 담긴다.
방역 당국은 방제 헬기·군 제독차·방제 차량·연막소독차를 투입해 접경 지역 소독을 이어가고, 검역본부 특별방역단을 보내 취약 시설과 농가를 점검한다.
전날 오전 8시부터 48시간 동안 민통선 이북 지역을 대상으로 2차 민·관·군 멧돼지 합동포획이 진행되는 가운데, 이날 오전 4시까지 72마리가 포획된 것으로 집계됐다.
전국적으로는 전날 오후 6시까지 535마리가 잡혔고, 올해 누적으로는 5만5천576마리에 달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수매는 김포·파주는 끝났고, 연천에서는 일부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강원도 지역에서는 아직 신청 실적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강원도에서는 민통선 이남 10㎞ 지역에 있는 30개 농가의 돼지 7만1천여마리가 대상"이라며 "철원 야생멧돼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가 5건 나온 점을 고려해 희망 농가의 신청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사태로 살처분·수매 도축된 돼지는 발생지 14곳에서 15만4천548마리에 수매 대상 지역 21만6천907마리를 합쳐 37만1천455마리에 달한다.
일각에서는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는 질병 발생일 한 달 전 평균 가격으로 살처분 보상을 하는데,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살처분 당일 시세를 기준으로 해 농가가 반발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프리카돼지열병 살처분 보상 기준을 바꾸려면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며 "이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제기구를 통한 북한 내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 정보를 얻으려는 시도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가 북한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실태를 공식적으로 보고할 것을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은 올해 5월 첫 발생을 OIE에 보고했지만, 이후 '창궐' 소문이 들려오는 가운데에서도 추가 보고를 하지 않아 현황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FAO나 OIE에 직원이 파견돼 있어 이들을 통해 북한 내 정보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