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가 23일 위해성 검증이 완료되기 전까지 액상형 전자담배의 사용을 중단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달 '사용 자제' 권고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으로 최근 국내외에서 보고된 피해 의심 사례들을 고려할 때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담배사업법상 담배의 정의에 연초의 잎만 규정돼 있어 줄기, 뿌리 추출 니코틴이나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상당수 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에 포함되지 않는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또 담배 제조·수입자가 성분·첨가물 등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하고, 가향물질 첨가도 금지하는 등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처를 할 방침이다.
정부의 발표는 액상형 전자담배의 심각한 인체 유해성을 시사하는 징후들이 잇따라 나타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미국에서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중증 폐 손상 사례가 1천479건 발생해 이 중 33명이 사망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의심 사례가 1건 보고됐다. 그런데 정부 발표에는 제품 회수나 판매 금지와 같은 근본 대책이 빠져 있다. 이런 조치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폐 손상의 인과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음 달까지 유해성분 분석을 마치고, 위해성 여부를 내년 상반기 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따라서 국민 건강의 심대한 위협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수개월간은 법적 규제의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번 발표가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법적 강제장치나 처벌 규정이 없는 권고적 성격에 그친 것은 위해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의적으로 법적 규제에 나설 수 없는 정부의 고충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무해하다는 뜻이 아닌 것은 당연하다.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보듯 나중에 인체 유해성이 밝혀지는 경우 그사이 벌어진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다. 2011년 8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원인 미상의 폐 손상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확실한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며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다가 그해 11월 역학조사와 동물흡입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위해성을 확인하고 나서야 제품 수거와 판매 금지에 나섰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가습기 살균제 사례를 보더라도 특정 위해성이 확인될 때까지 기다리는 건 늦다"며 이번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이번 정부 발표를 사용 중단이 아니라 사실상의 '사용 금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 적어도 정부가 인체 유해성 여부를 최종 판단할 때까지라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일절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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