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달간 月150원"…깎아줘도 임차인 구하기 어려워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도심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이 치솟고 사무실 임대료가 대폭 하락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3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시위 사태 장기화로 사무실을 구하는 외국계 기업 등이 크게 줄면서 지난달 홍콩의 사무실 공실률은 최근 14년 내 최고치인 7.4%를 기록했다.
세계에서 점포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 알려진 홍콩 코즈웨이베이 지역의 지난달 점포 공실률은 10%에 육박했다.
이러한 공실률 급등의 주요 원인으로는 자금이 풍부해 홍콩 도심의 비싼 임대료를 기꺼이 감당했던 중국계 기업의 '탈(脫)홍콩'이 꼽힌다.
홍콩 시위대가 도심 시위 때마다 중국은행 등 중국계 기업의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면서 이제 중국계 기업은 홍콩 도심에 자리를 잡기를 꺼리는 분위기이다.
홍콩의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역의 사무실 임차인 중 중국계 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57%, 지난해 58%에 달했으나, 올해 1∼3분기에는 그 비율이 고작 14%에 불과했다.
그 결과 센트럴 지역의 올해 3분기 임대료는 1.3% 하락했는데, 이 지역의 분기별 임대료가 하락한 것은 2014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실제 건물주들이 느끼는 체감 임대료는 이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센트럴 지역의 한 빌딩은 건물주가 임대료를 40%나 낮췄는데도 불구하고 지난 4월부터 일부 사무실이 공실로 남아 있다. 코즈웨이베이 지역은 이보다 더 심각해 임대료가 60%나 떨어진 점포도 있다.
부동산 기업 콜리어 인터내셔널 관계자는 "일부 건물주는 초기 3개월 임대료를 월 100홍콩달러(약 1만5천원)만 받겠다며 사무실을 내놓았다"며 "심지어 초기 임대료를 상징적인 수준인 1홍콩달러(약 150원)까지 낮춘 곳도 있다"고 전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4년 연속 세계 최고를 기록한 홍콩의 사무실 임대료 중간값이 내년에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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