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만에 美의회 증언대 선 저커버그 '뭇매' 맞아

입력 2019-10-24 11:26   수정 2019-10-24 11:29

18개월만에 美의회 증언대 선 저커버그 '뭇매' 맞아
의원들, 가상화폐 '리브라' 계획에 "페북 역사 보면 믿을 수 없어"
저커버그 "당국 승인 없으면 출시안해" 확인하며 "우리는 완벽하지 않아"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1년 반 만에 출석한 미 의회에서 뭇매를 맞았다.
23일(현지시간) 미 하원 금융위원회가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리브라' 사업 계획을 직접 듣기 위해 마련한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다.
의원들은 리브라의 위험성을 추궁하는 것을 넘어 페이스북의 독점적 시장 지위에 따른 폐단과 인권 침해 논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정치광고 허용 정책 등 페이스북을 둘러싼 그간의 논란거리를 일제히 도마 위에 꺼내 올렸다.
2007년 페이스북을 창업한 저커버그의 미 의회 청문회 출석은 지난해 4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AP통신은 이날 청문회가 8시간 넘게 이어졌으며, 저커버그는 리브라 사업 등과 관련해 가시 돋친 질의를 견뎌내야 했다고 전했다.
저커버그는 "미 금융당국의 승인 없이는 리브라를 출시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리브라 사업에 반대하는 의원들에게 확신을 주려 노력했지만, 의원들은 전혀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민주당 소속인 맥신 워터스(캘리포니아) 금융위원장은 리브라가 "개인정보 보호, 거래 위험, 차별, 국가안보, 통화 정책, 글로벌 금융 시스템 안정과 관련해 수많은 우려를 고조시킨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매들린 딘(펜실베이니아) 하원의원은 "당신이 그림자 정부와 매한가지인,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을 만드는 걸 왜 의회와 규제 당국, 대중이 신뢰해야 하는가"라고 목청을 높였다.
2016년 미 대선에서 러시아발(發) 가짜뉴스와 허위광고가 도배되고, 이용자 수천만 명의 정보가 도널드 트럼프 대선 캠프에 넘어가 선거운동에 이용된 페이스북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뉴욕 출신의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 의원도 "우리가 리브라에 대한 결정을 하려면 민주주의와 관련한 페이스북의 과거 행동을 파헤쳐야 한다"고 성토했다.
저커버그는 지난해 4월 의회 청문회에서 이용자 개인정보 유용이나 허위정보 및 극단적 메시지 전파 같은 악용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오히려 지난 17일 워싱턴DC 조지타운 대학 강연에서 "정치광고를 계속 허용하겠다"고 밝혀, 정치적 논란을 더욱 부채질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매사추세츠) 상원의원이 "페이스북이 내년 대선에 얼마나 준비가 안 돼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페이스북이 적극적으로 트럼프가 거짓과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을 돕고 있다"고 즉각 비판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비판이었다.
워런 의원은 독점적 시장 지위와 이에 따른 폐단을 문제 삼아 페이스북을 비롯한 공룡 정보기술(IT) 기업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페이스북 해체 논의는 당신이 시작한 것"(워터스 의원) 등 저커버그를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하원 흑인 의원 모임 부회장인 민주당의 조이스 비티(오하이오) 의원은 페이스북이 다양성과 민권 문제에 손 놓고 있다며 질타했다.
그는 "예스(yes), 노(no)로만 대답하라"면서 페이스북과 일하는 대형 로펌 중에서 소수인종 출신이나 여성이 소유한 회사가 몇 개인지, 얼마나 많은 여성과 소수인종 출신이 참여하는지 등을 캐물었다.
저커버그가 침묵하자, 비티 의원은 페이스북의 행위는 "끔찍하고 역겹다"며 "당신들은 차별받는 많은 사람의 삶을 망쳤다"라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차별과 혐오, 폭력을 선동하는 발언이 페이스북에 넘쳐난다는 지적이 거듭되자, "우리는 완벽하지 않다. 많은 실수를 저지른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k02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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