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상대 안한다' 아베 태도 바뀐 것 의미…日기업 자산매각 연기해야"
"日정부, 교섭 前 해결부터 요구…교섭 불가능한 것이 문제"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24일 이낙연 한국 국무총리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회담한 것에 관해 한일 관계에 밝은 일본 전문가들은 고위급 대화가 재개된 것이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관계 악화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인식을 공유한 만큼 현안을 차근차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핵심 현안인 징용 문제에 관한 양국의 인식은 좁혀지지 않았고,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어두운 전망도 나왔다.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을 강제 매각하면 한일 관계가 더 악화할 것이니 일시적으로 보류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자는 제언도 있었다.
다음은 전문가들이 2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밝힌 의견의 요지.
◇ 니시노 준야(西野純也) 게이오(慶應)대 교수
양국 총리가 현재 상황에 대한 위기 인식을 공유한 것은 다행이다.
공유된 인식을 실천으로 옮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 문제에 관해 한국이 해결의 실마리가 될 방안을 가져오길 바라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한일 양국 사이에 징용 문제나 한일 청구권 협정에 대한 해석에는 계속 차이가 있고 이를 좁히기는 어려워 보인다.
일본은 요구를 충족할 논의의 토대가 될 초안을 한국이 제시할 수 있을지를 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 협의를 계속하기로 했지만, 징용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다음 달 지소미아 종료,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벌어질 수 있는 압수된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강제 매각) 문제를 염두에 두면서 (이를) 막기 위한 조치를 앞으로 취할 수 있을지, 앞으로 2∼3개월을 잘 관리할 수 있을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작년 10월 이후 한일 정상 사이에 직접 대화가 없었으니 그런 의미에서는 (이번 회담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지만, 결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역사 인식 문제가 경제 영역으로 파급됐고 이어 안보 분야까지 확산한 상황이다.
적어도 3가지 영역으로 문제가 퍼졌고 문화·인적 교류까지 4개 영역으로 파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무역 관리 문제를 중시하고 있고 일본은 징용 문제와 지소미아를 중시하고 있어 결국 다 같이 움직여야 하지만 무역 관리 분야가 진정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고 WTO 틀 안에서 양국 협의가 시작됐으니 서로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 지적하며 개선 조치를 하면 다른 영역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
이후 지소미아 종료 문제에 대응하면서 2∼3개월 정도 상황을 관리하고 징용 문제를 외교적 협의로 풀어갈 토대를 만드는 방안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아베 총리가 한때 취하던 한국을 상대하지 않는다는 자세, 문재인 대통령을 무시하듯 하는 태도를 바꾸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은 일본의 중요한 이웃 나라이며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여러 가지 교류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을 확실하게 표명한 것이 의미가 있다고 판단한다.
이런 태도를 끌어내기까지 한국의 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낙연 총리도 노력했고 문 대통령 친서도 의미가 있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일본 국민도 그것을 바라지만, 간단하지는 않다.
일본 정부는 계속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므로 한동안 시간을 들여서 여러 가지 면에서 대화와 교섭을 해야 한다.
특히 대법원판결에 의한 일본 기업 자산 매각이 임박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그것을 일시적으로 동결하는 조치를 하고 대화의 분위기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나는 한국 정부가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2017년 11월 유엔에 '올림픽 휴전' 결의를 제안한 정신으로 돌아가서 일본에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매각을 연기하고 그사이에 대화하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아베 총리가 유연한 태도를 취하도록 하려는 흐름이 약한 편이다. 시간을 들여서 분위기를 바꿔 갈 필요가 있다.
(1+1, 1+1+α 등) 해결책은 여러 가지 나왔다. 그것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일 양국은 아직 이를 검토하는 단계에 진입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 쪽에서는 청구권 협정으로 끝났다는 것 이외에는 이야기가 안 나오고 있다.
청구권 협정을 전제하되 그런 조건 속에서 새로운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당장 만나더라도 해결되지는 않는다.
신중하고 다각적으로 그간의 전제를 다시 검토하고 타개할 길이 없는지를 관계자, 정부, 전문가, 민간 등이 논의해야 한다.
양국 국민 사이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게이오대 명예교수
만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본다.
아베 총리는 징용문에 관해서 한국이 뭔가 국내 조처를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것이 없으면 움직일 수 없다는 일본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고 그것이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입장은 문제 해결 이전에 교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징용 문제는 일본과 한국 사이의 외교 교섭의 과제가 아니며 한국이 국내 조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되면 양국 관계는 원래대로 돌아간다고 보는 셈이다.
(일본 정부는 징용 문제와 관련해) 일본과 한국이 교섭해서 좋은 해결 방법을 찾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일본과 한국 사이의 현안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첫째는 교섭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징용 문제는 한국 내 판결에 의해, 수출 관리는 일본 일방적인 국내 절차로 진행됐다.
지소미아도 어느 쪽이든 종료 선언이 가능하므로 교섭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볼 수 있다.
징용 문제의 해결책은 법률적인 정합성도 있어야 한다.
양국 모두 최고재판소(대법원)의 판결이 나와 있으므로 청구권 협정의 해석에 관해서 법률적 정합성이 없으면 양쪽 모두 납득할 수 없게 된다.
데드라인도 있다. 일본 기업 자산의 현금화가 멀지 않은 것 같다.
연말 연초라고 하더라도 그때까지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는 무리인 것 같다.
여러 가지를 보면 지금 양국 관계가 간단히 움직일 것 같지 않다.
그런 측면에서 양국 총리가 만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더 악화시키지 않는 정도의 의미는 있지만, 그 이상의 성과를 얻기는 어려웠다고 생각한다.
만약 일본 기업의 자산 강제 매각이 이뤄지면 일본은 대응조치, 진짜 보복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 수습이 안 될 것이다.
한국이 뭔가 지혜를 발휘해서 그것을 피하는 방법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선거도 변수다.
한국은 내년 4월이고 일본은 언제 중의원을 해산할지 모른다.
선거가 있으면 양국 관계는 국내 정치에 이용당한다. 당분간 (한일 관계의) 전망이 안 선다. 이번 회담은 대화의 창구를 닫지 않고 더 악화시키지 않는 정도의 의미가 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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