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연구진 저널 '네이처'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병원균의 출현은 세계 보건 의료계의 큰 걱정거리다.
그중에서도 여러 개의 주요 항생제가 동시에 듣지 않아 치사율이 높은 다제내성균(일명 슈퍼박테리아)은 특히 위협적이다.
폐렴간균, 녹농균, 장내세균 등 그람 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 )은 카바페넴계나 세파로스포린계 항생물질에 내성이 생겨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 이런 병원균은 중증 감염을 유발해 종종 생명을 위협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최후 수단'으로 꼽히는 콜리스틴계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병원균이 세계적으로 급증세에 있다는 것이다. 그람 음성균에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항생제 개발이 시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취리히대가 이끄는 스위스 연구팀이, 그람 음성균에 폭넓은 항생 작용을 하는 새로운 계열의 항생 물질을 개발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취리히대가 23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새로 발견된 항생 물질은, 그람 음성균의 리포폴리당류(lipopolysaccharides)와 BamA 단백질에 결합해 직접 작용한다. BamA는 그람 음성균의 외막(outer membrane)을 구성하는 필수 단백질이다.
실험 결과, 새 항생 물질이 BamA 단백질을 표적으로 세균 외막의 온전한 구성을 파괴하면 세포는 폭발한다고 과학자들은 전했다.
세균은 크게, 외막이 없는 그람 양성균과 외막이 있는 그람 음성균은 나눈다. 원핵세포의 일종인 그람 음성균의 세포막은 지질단백질, 지질 다당질 등 고분자 물질로 구성돼 내독성과 외독성을 모두 갖는다.
그람 음성균의 외막은 또한 항생제를 비롯한 유해 환경 요인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고, 영양분이나 분자 신호의 흡수·배출에도 관여한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PI)인 존 로빈슨 취리히대 화학과 교수는 "그람 음성균의 외막을 구성하는 BamA 단백질이 이렇게 중요한데도 지금까지 이를 표적으로 개발된 임상용 항생제는 하나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취리히대의 학내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바이오 제약사 '폴리포 AG'는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신종 항생제를 개발해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현재 이 후보 항생제는 '전임상 개발' 단계에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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