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트럼프, 뉴욕서 총 쏴도 면책" 주장에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응수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총을 쏘면 체포될 것이다. 미국의 대통령이든 아니든 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뉴욕 한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총을 쏴도 대통령 재임 중에는 조사를 받거나 기소될 수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을 현직 뉴욕시장이 정면으로 반박했다.
민주당 소속인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24일(현지시간) 뉴욕경찰(NYPD)과의 합동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의가 나오자 이같이 답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사람을 총으로 쏘는 것은 범죄이고, 그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 그는 체포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스스로를 변호사라고 부르는 사람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그는 변호사여선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벤저민 터커 NYPD 부국장도 "(총을 쏜다면)트럼프 대통령을 체포하겠다. 간단한 사안"이라며 더블라지오 시장을 뒷받침했다.
'대통령은 총을 쏴도 면책'이라는 극단적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인인 윌리엄 컨소보이 변호사가 법정에서 현직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강조하면서 나온 것이다.
컨소보이 변호사는 전날 뉴욕 맨해튼 제2 연방항소법원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자료 제출에 관한 항소심 공판에서 면책 특권에 따라 적어도 대통령 재임 기간에는 검찰이 요구하는 납세 자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면서 이같이 비유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둔 지난 2016년 "내가 (맨해튼의) 5번가(5th Avenue) 한복판에서 누군가에게 총을 쏴도, 나는 지지자들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한 언급을 인용한 것이다. 맨해튼 5번가는 대통령 사저인 트럼프타워가 있는 곳이다.
공판에서 변호인 측 주장에 대해 재판관 중 한 명이 "'5번가' 예시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지방(주) 당국은 조사도 할 수 없다?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게 변호인 측 입장인가?"라고 되묻자, 컨소보이 변호사는 "그렇다"라고 대답했다.
앞서 뉴욕주 맨해튼지검은 트럼프 대통령 측 회계법인 '마자스 USA'에 대해 8년 치 납세자료를 제출하라는 소환장을 발부했으나, 대통령 측은 "현직 대통령은 어떤 종류의 행위에 대해서도 형사적 절차에 놓일 수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이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 측의 소송을 기각하자, 트럼프 대통령 측은 즉각 항소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 출신이지만 고향에서 인기가 매우 낮다고 AFP는 전했다.
5번가 트럼프타워 앞에서는 항의 시위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맞은편 구역을 '버락 오바마 대통령 거리'로 바꿔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45만 명이 서명하기도 했다.
yo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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