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지진 전엔 '수명연장' 문제…정부-주민 간 소송도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1호기에 대한 영구정지 허가를 신청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지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의결을 둘러싼 갈등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40년간 전력을 생산하고 영구정지한 국내 원전의 '맏형' 고리 1호기는 영구정지 신청부터 허가까지 1년이 걸렸으나, 월성 1호기는 운영변경을 두고 진통이 더 심해지는 모양새다.
한수원은 작년 6월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고 올해 2월 원안위에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했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지난 2월부터 월성 1호기가 영구정지한 뒤에도 안전한 상태를 유지할지 심사해 왔고, 기준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9월 원안위에 보고했다.
그러나 며칠 뒤 국회가 한수원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면서 영구정지 일정에 변수가 생겼다. 한수원이 월성 1호기의 자료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원전의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원안위는 감사 진행과 별개로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 허가안을 심의하기로 했지만 이 계획도 다시 국회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지난 7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안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 등은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안건에 대한 심의·의결을 보류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엄재식 위원장은 당시 "우리가 심사하는 건 (경제성과) 내용 관련성이 없다"며 "사업자 입장에서 영구정지안을 취소할 수 있어도, (원안위) 심의에서 논의할 과정은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원안위는 이어 11일 109회 회의를 열어 월성1호기 영구정지안을 심의 안건으로 올렸으나 일부 위원이 감사원 감사 뒤에 심의하는 게 옳다며 반대해 결국 안건 의결을 보류하고 추후 회의에서 재논의키로 했다. 아울러 원안위는 감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의결을 진행하는 게 타당한지 정부법무공단에 법률 검토를 의뢰했다.
25일 열린 110회 회의에 월성 1호기 영구정지 관련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으나, 위원들은 이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한국형원전 개발책임자 출신으로 월성 1호기 영구정지에 강력히 반대하는 이병령 위원은 "(정부법무공단에서) 법률문제가 없다고 하면 위원장이 의결을 강행할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고, 엄 위원장은 "(심의) 진행을 위한 과정 중 하나다. 원안위는 합의제 (기관)이지, 위원장이 결론을 두고 (회의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월성 1호기를 둘러싼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2016년 경주지진과 2017년 포항지진이 있기 전에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둘러싸고 정부와 주민이 소송을 벌였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신청에 따라 2015년 원안위는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가동할 수 있게 수명을 10년 연장했지만 월성 1호기 인근 주민 등 시민 2천167명은 이 처분에 불복해 몇 달 뒤 행정소송을 냈다. 2017년 2월 서울행정법원은 "수명연장 처분을 취소하라"며 주민의 손을 들어줬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수명연장 의결에 참여했고 허가 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내용 비교표 등이 제출되지 않았다는 것 등을 문제 삼았다.
1982년 11월 21일 가동을 시작한 월성 1호기는 1983년 4월 22일 준공과 함께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2012년 11월 운영허가가 끝났으나 우여곡절 끝에 2022년까지 10년 연장운전 승인을 받아 2015년 6월 23일 발전을 재개했지만, 이번에는 한수원의 조기폐쇄 결정에 따른 영구정지를 두고 다시 한번 갈등의 중심에 놓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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