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에 환멸 느낀 이라크 쿠르드족, 조로아스터교로 개종 활발"

입력 2019-10-25 17:04  

"IS에 환멸 느낀 이라크 쿠르드족, 조로아스터교로 개종 활발"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 이라크 북부에서 기존 이슬람을 떠나 고대 페르시아 종교인 조로아스터교에 합류하는 쿠르드족이 늘고 있다고 AFP통신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년간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인 이슬람국가(IS)의 폭력적 행태는 환멸을 남겼고, 탄압의 역사가 이어지면서 쿠르드 자치지역에서 일부는 정체성 확립 수단으로 조로아스터교를 바라보게 됐다는 것이다.

이라크의 쿠르드 자치지역의 조로아스터교 고위 사제인 아스라완 카드록은 "쿠르드족이 IS의 잔혹성을 목격한 뒤 많은 이들이 자신의 종교를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북부 다르반디칸의 오래되고 폐허가 된 사원에서 열린 파이자 푸아드의 개종 의식에서 사제는 순수성을 나타내는 흰옷을 입었고 조로아스터교의 경전인 아베스타의 구절을 이야기했다.
이 자리에선 조로아스터교의 주된 가치인 좋은 말과 생각, 행위를 상징화하는 의식도 함께 행해졌다.
새 종교에 합류한 푸아드는 자신의 손을 들고 이러한 가치를 따를 것과 자연을 보호할 것 등을 맹세했다.
조로아스터교는 약 3천500년 전 고대 이란에서 만들어졌다.
다르반디칸 지방정부 종무부에서 조로아스터교를 대변하는 아왓 타이브는 "사담 후세인 통치 시절, 내 아버지도 조로아스터교를 실천했지만, 정부나 이웃, 친척에게는 이를 숨겼다"고 말했다.
타이브는 그러나 쿠르드족 사회가 조로아스터교에 좀 더 관용적으로 돼 가고 있다고 부연했다.
2014년 이라크 북부 일부 지역을 장악한 IS는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에게 이슬람 율법을 폭력적 형태로 적용했다. 해당 지역은 폐허가 됐다고 AFP는 전했다.
고위 사제인 카드록은 "많은 사람은 쿠르드족의 가치와 전통과 비교해 IS의 가치가 매우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일부는 자신의 종교를 단념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개종자를 환영하는 의식을 매주 수행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로아스터교는 2015년에서야 지역 당국에 의해 공식 승인을 받았는데 이후 사원 세 곳이 문을 열었다.
쿠르드족 자치지역의 일부 거주자에게는 이처럼 조로아스터교로 개종하는 것이 나라 없는 사람이 정체성을 확고히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고 AFP는 설명했다.
물론, 이라크 쿠르드족에게 이슬람은 훨씬 주된 종교이다.
조로아스터교도 수에 대해선 공식 통계가 없는 상황이다.
이슬람 성직자인 물라 사만은 "조로아스터교도는 우리의 형제이지 적이 아니다"며 "우리의 적은 가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처럼 우리를 죽이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조로아스터교를 알리는 조직의 수장인 아자드 사에드 모함마드는 "(쿠르드족은) 중동의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공격과 침략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종교를 가질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정체성을 회복하고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우리의 고대 종교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js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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