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로 시위 조직…대통령 유화 조치 안 통해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정성호 특파원 =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서 25일(현지시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개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블룸버그·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외신들은 칠레에서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라고 전했다.
이날 시내 명소인 바케다노 광장 등으로 몰려나온 시민들은 깃발과 현수막 등을 흔들며 임금 인상과 연금, 의료보험, 교육 개혁 등을 요구했다.
시내 주요 광장은 대학생이나 20대 젊은이들로 넘쳐났다. 나이 든 사람이나 가족 단위 참가자들도 시위에 참가했다.
주중에 집 근처 시위에 참석하던 많은 이들이 금요일인 이날 오후에는 시내에서 열린 시위로 몰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민들은 소셜미디어에 '#칠레의 최대 행진'이란 해시태그를 올려 시위를 조직했다.
이날 시위는 폭력을 자제하고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전날 전기요금 인상안 철회, 기초연금 인상, 최저임금 인상, 의료비 부담 완화 등의 유화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위대는 좀 더 전면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피녜라 대통령의 사퇴, 경제 개혁, 내각 교체 등이다.
직원 30명 규모의 마케팅 업체를 운영하는 파블로 스테일은 "우리는 모두가 함께 만든 새로운 사회적 협약, 새로운 헌법이 필요하다"며 "나는 칠레의 특권층이지만 이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뭔가 더 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개발자 프란치스코 안귀타(38)는 이번 시위가 사상 최대 규모인 것 같다며 "우리는 정의와 정직, 윤리적인 정부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트럭·버스 운전사들이 산티아고 주변 도로와 고속도로를 가로막고 도시 고속도로에서 부과하는 수수료의 폐지를 요구했다.
다만 칠레의 다른 지역에서는 구리 광산 광부와 항만 노동자들이 시위를 접고 일을 시작했고 지하철역이나 상가, 학교 등도 많이 문을 여는 등 정상화 기류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이번 시위로 인한 공식 사망자 수는 19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인권단체는 이날 정오까지 585명이 다치고 2천948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또 당국을 상대로 구금자 탈의와 성폭행 위협 등을 포함한 12건의 성폭력 소송을 제기했다.
피녜라 대통령은 이번 주말 기업 단체와 노조, 대학, 시장, 내각 등과 회담을 열 계획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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