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볼리비아 대선에 어깃장…"모랄레스 승리 인정 못 해"

입력 2019-10-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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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볼리비아 대선에 어깃장…"모랄레스 승리 인정 못 해"
국제사회 결선투표 촉구 지지…전문가들 "보우소나루-모랄레스 밀월 끝나"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브라질 정부가 볼리비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의 대선 승리 선언을 정면으로 거부한 셈이다.
26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브라질 외교부는 모랄레스 대통령의 승리 선언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가 결선투표를 촉구하는 상황을 고려해 현 단계에서 대선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브라질 외교부는 트위터에 "브라질 정부는 볼리비아 대선 결과와 관련한 어떤 발표도 인정할 수 없다"는 글을 올려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볼리비아 최고선거법원이 지난 24일 발표한 99.99% 개표 상황을 보면 좌파 사회주의운동(MAS) 후보인 모랄레스 대통령이 47.07%, 중도우파 연합 시민사회의 카를로스 메사 전 대통령은 36.51%를 득표했다.
두 후보의 격차는 10.56%포인트로, 모랄레스 대통령이 1차 투표 당선을 확정했다.
볼리비아 선거법은 대선 1차 투표에서 한 후보가 50%포인트 이상을 득표하거나, 40% 이상을 얻고 2위에 10%포인트 앞서면 당선을 확정한다. 그렇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치러야 한다.



브라질의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볼리비아 대선 결과에 따라 극우 성향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모랄레스 대통령 간의 아슬아슬한 밀월관계가 10개월 만에 청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모랄레스 대통령은 좌파 정상으로는 드물게 지난 1월 1일 보우소나루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
볼리비아에서 체포된 이탈리아 극좌 테러리스트 체사레 바티스티를 추방하는 데도 협력했다.
바티스티는 1979년 테러 단체 가입 혐의로 12년 형을 받고 수감됐으나 2년 만에 탈옥한 뒤 프랑스와 멕시코를 거쳐 2004년 브라질로 망명해 정착했다.
바티스티는 올해 초 브라질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정부가 출범하자 잠적했다가 볼리비아에서 체포돼 이탈리아로 추방됐다.
그러나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브라질 정부의 입장이 나오면서 더는 우호적인 분위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두 나라가 무역·에너지·환경 등 분야에서 실용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브라질의 볼리비아에 대한 수출은 2017년보다 3.2% 늘어난 16억 달러, 수입은 18% 증가한 17억 달러였다. 특히 볼리비아는 브라질에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두 정상이 다소 서먹해지더라도 양국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리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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