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대통령 정권서 내각 책임자 지내…온건좌파로 중도층 흡수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앞으로 4년간 아르헨티나를 이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60) 대통령 당선인은 그리 인기 있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지난 5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데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페르난데스 당선인을 대통령 후보로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이를 의외의 선택으로 받아들였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대중적이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것은 물론, 전직 대통령이 직접 출마하지 않고 부통령 후보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뜻밖이라는 반응이 우세했다.
'크리스티나의 꼭두각시'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예비선거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많은 표차로 선두에 오르며 경쟁력을 입증했고, 결국 차기 대권을 거머쥐었다.
1959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부에노스아이레스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변호사 겸 법학 교수였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는 우연히 성이 같을 뿐, 가족이나 친척은 아니다.
라울 알폰신 전 대통령 시절 아르헨티나 경제부에서 근무했고, 카를로스 메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보험감독관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처음으로 선출직 공무원이 된 것은 2000년이었다. 당시 그는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의원으로 뽑혔는데 보수 정당의 후보로 당선된 것이었다.
이후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선거 캠프에 몸담았던 그는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2003∼2007년 내각 책임자인 국무실장을 맡았다.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남편인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집권했을 때도 그는 국무실장직을 이어갔다.
그는 그러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농업 수출품의 관세를 인상한 후 이를 비판하며 사임했다.
페르난데스 당선인도 기본적으로 페론주의자로 분류된다. 페론주의(Peronism)는 후안 도밍고 페론 전 대통령을 계승한 정치 이념으로, 민족주의와 포퓰리즘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두 부부 대통령이 정통 페론주의자를 자처했다면, 보수로도 넘나들었던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보다 스펙트럼이 넓은 '온건 페론주의자'로 꼽힌다.
이번 대선에서 좌파가 예상보다 더 강세를 보인 것은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중도층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과의 선명한 대비를 노렸던 마크리 대통령의 선거 전략도 페르난데스 당선인을 상대로 만나면서 흔들렸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예비선거 후 채무불이행(디폴트)과 '포퓰리즘 귀환' 우려에 시장이 동요하자 여러 차례 시장친화적인 발언을 통해 시장의 불안을 달래기도 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할 뜻을 밝혔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 시절의 외환통제 등도 도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이날 한 표를 행사한 후 "'우리'와 '그들'을 나누던 시대는 이제 끝났다. 우리는 엄청난 위기에 놓여 있고, 모두가 앞날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고 통합을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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