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피해' 보험 청구액 900억원 달할 것으로 전망돼
SCMP "해경 인력, 시위 진압 투입에 밀수 단속 느슨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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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SCMP에 따르면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전날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정부는 31일 3분기 성장률 잠정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2분기 마이너스 성장이 3분기에도 이어진다면 이는 홍콩 경제가 기술적 침체에 들어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찬 장관은 "홍콩 경제가 올해 0∼1% 성장률을 달성하기가 극히 어려울 것"이라며 "올해 전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위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홍콩 경제는 무역, 관광, 유통 등 모든 부문에서 위축세를 나타내고 있다.
3분기 홍콩의 수출 물량은 작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며, 수입 물량 감소 폭은 이보다 더 커 1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8∼9월 홍콩을 찾은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 줄었으며, 이달 1∼15일에는 그 감소 폭이 더 커져 50%에 육박한다.
홍콩의 8월 소매 매출액은 작년 동기 대비 25.3% 감소해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경기 둔화를 막고자 홍콩 정부는 최근 택시 등 상업용 차량에 대한 연료 보조금 지원, 여행업계에 대한 재정 지원 등 20억 홍콩달러(약 3천억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다.
또한, 건물 소유주들이 경영난에 빠진 소매, 음식료, 여행, 물류 부문의 입주 기업에 임대료 감면 등의 혜택을 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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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피해를 본 기업들이 보험사들에 청구할 보험금이 6억 홍콩달러(약 9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홍콩 보험업계에 따르면 시위대가 중국계 은행과 기업 점포, 지하철역 등의 기물을 파손하고 불을 지르는 행위가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이들 기관이 입은 피해액도 크게 불어나 6억 홍콩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때의 피해 보상 청구액인 3억2천500만 홍콩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것으로, 지난해와 2017년 태풍 피해에 이어 역대 3위 보상 청구액이다.
최근 시위대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 된 지하철역의 피해 복구를 위해 홍콩지하철공사(MTR)가 청구할 보험금만 1억 홍콩달러(약 15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본토 기업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져 시위대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은 체인점 '베스트마트 360'의 경우 홍콩 전체 100여 개 매장 중 59개 매장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기물 등이 파손됐다.
SCMP는 시위 사태가 격화하면서 해양경찰의 일부 인력이 시위 진압에 투입돼 국제 폭력조직인 삼합회가 주도하는 홍콩과 중국 본토 간 밀수 단속에도 허점이 생겼다고 전했다.
한 경찰 소식통은 "이전에는 범죄조직이 일주일에 한두 번 밀수했으나, 이제는 매일 밀수 행각에 나서고 있다"며 "해경 일부 인력이 시위 진압에 투입되면서 순찰이나 밀수 단속 작전 또한 줄었다"고 말했다.
홍콩과 중국 본토 간 밀수의 주된 대상은 전자제품, 사치품 등으로, 최고 45%에 이르는 중국 당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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