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데스 "새 장을 열겠다"…마크리 만나 정권이양 논의(종합)

입력 2019-10-29 11:44  

페르난데스 "새 장을 열겠다"…마크리 만나 정권이양 논의(종합)
대선 마친 아르헨티나 페소화 강세…주가는 장중 하락 반전
로이터 "페르난데스와 마크리의 협업이 방향성 가늠할 단서"


(멕시코시티·서울=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권혜진 기자 =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승리한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28일(현지시간) "새 장을 열겠다"며 이전 정권과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대선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된 중도좌파 성향의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우리는 오늘 새 장을 열기 시작했다"며 "(마크리의) 장은 잊혀질 것이며 12월 10일 크리스티나(부통령)와 정부에 도착할 때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곤 확산과 물가 상승에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대선에서 친시장주의자인 마크리 대통령 대신 소위 '페론주의' 계승자를 자처하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을 선택했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 방향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이날 마크리 대통령과 만나 정권 이양을 논의했다. 에르난 라쿤사 재무장관은 두 사람이 "좋은 대화"를 했다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또 앞으로 양측 간에 회동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리 대통령은 이후 트위터에 "이임하는 정부는 이양기에 완전히 협력할 의사가 있다"며 자신과 자신의 팀 모두 "민주적 이양"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중남미 3위의 경제대국인 아르헨티나는 1천억달러의 대외 부채로 채권단과 논의 중이며 외환보유고가 줄어들고, 인플레이션은 고공행진하는 경제위기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승리하자 시장에선 좌파 포퓰리즘이 부활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따라서 향후 몇주 간 페르난데스 당선인과 마크리 대통령이 어떻게 협업하는지가 방향성을 가늠할 단서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는 평했다.



그러나 시장 일각의 우려와 달리 28일 아르헨티나 페소화 가치는 강세를 보였고, 주가 하락폭도 축소됐다.
블룸버그 집계 기준 페소화 환율은 달러당 59.5페소로 전날보다 0.5%가량 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장 초반 6% 이상 급등세로 출발했던 부에노스아이레스 증시 메르발 지수는 장중 하락 반전해 전 거래일보다 3.90% 떨어진 채 마감했다.
지난 8월 예비선거(PASO)에서 페르난데스 당시 후보가 예상 밖 낙승을 거뒀을 때는 주가가 하루 만에 38%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지만, 실제 대선 결과가 나온 후엔 급격한 변동은 없었다.
예비선거 이후 두 달여 동안 시장이 좌파 정권의 귀환을 기정사실화하고 이미 충격을 반영한 탓이다.
페르난데스 당선 확정 직후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오는 12월까지 개인의 달러 매입 한도를 월 1만 달러에서 200달러로 크게 낮추며 통제를 강화한 것도 페소화 안정에 영향을 미쳤다.
마크리 대통령이 예상보다 선전한 것이 시장의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크리 대통령은 예비선거 당시 페르난데스 당선인에 16%포인트 이상을 뒤졌고,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도 격차가 20%포인트 안팎으로 나왔다. 그러나 전날 대선에선 격차가 8%포인트가량으로 줄었다.
MUFG은행의 외환 애널리스트인 이시마루 신지는 로이터통신에 "이 같은 결과는 유권자들이 긴축 필요성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 정부의 정책이 좀 더 가운데로 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시장은 페르난데스 당선인의 정책 방향과 새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간의 협상 등을 주시하며 반응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는 이날 아르헨티나에 대해 제한된 자금 속에 "상당한 신용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이날 트위터에 "새 정부와 함께 아르헨티나 경제 문제에 대처하고 모든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포괄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mihye@yna.co.kr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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