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아르헨티나 갈등 심화…'메르코엑시트' 현실화 우려

입력 2019-10-29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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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아르헨티나 갈등 심화…'메르코엑시트' 현실화 우려
보우소나루-페르난데스 반목 심해지면 메르코수르 앞날 불투명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아르헨티나 대선에서 좌파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후보가 승리하면서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과 상당한 마찰을 예고하고 있다.
정치적 성향을 달리하는 양국 정부의 갈등이 심화하면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의 앞날이 불투명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메르코수르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대선 하루 뒤인 28일(현지시간) 브라질 주요 언론은 '메르코엑시트'(Mercoexit)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메르코수르가 맞은 위기 상황을 전했다.
'메르코엑시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Brexit)에서 따온 표현으로,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가 메르코수르에서 빠져나가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차기 정권이 시장개방을 반대하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아르헨티나 대선이 끝난 후에는 페르난데스 당선인이 메르코수르-EU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방해하면 아르헨티나를 블록에서 축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르코수르와 EU는 지난 6월 말 FTA 체결에 합의했으나 페르난데스 당선인은 대선 이전부터 아르헨티나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며 합의 수정을 주장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브라질의 메르코수르 탈퇴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브라질 언론은 보우소나루 정부가 메르코수르 탈퇴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으며, 탈퇴에 따른 충격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에 좌파정권이 재등장하면 시장개방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아예 메르코수르를 탈퇴해 독자 행보를 걷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브렉시트'에서 끌어온 표현이지만, '메르코엑시트'가 현실화하면 EU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영국이 탈퇴해도 EU는 유지되겠지만, 메르코수르는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특히 브라질이 없으면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외교·통상 전문가들은 브라질이 탈퇴하면 메르코수르는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경제적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브라질이 탈퇴하면 블록이 결국은 공중분해 돼버릴 것이라는 의미다.
아르헨티나가 탈퇴하거나 축출되면 브라질도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브라질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산업연맹(CNI)이 메르코수르 탈퇴로 24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메르코수르가 와해하면 남미대륙의 외교적 협상력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 브라질 연구센터의 마치아스 알렌카스트루 연구원은 "그동안의 경험을 볼 때 혼자 협상에 나서는 사람은 애피타이저(전채요리)가 되기 십상"이라고 말했다. 자유무역협상을 서두르는 브라질에 섣부른 결정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다.
메르코수르는 1991년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출범한 관세동맹이다. 2012년 베네수엘라가 추가로 가입했으나 대외 무역협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현재 볼리비아가 가입 절차를 밟고 있고 칠레·콜롬비아·에콰도르·페루·가이아나·수리남은 준회원국이다.
fidelis21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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