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상원의원·주지사 장악…시카고 경찰청장 행사 불참에 '발끈'
과거 볼티모어·샌프란시스코 폄하했다 논란 빚기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 후 시카고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아프가니스탄이 더 안전한 곳이라며 치안 문제를 맹비난해 논란을 자초했다.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을 종종 폄하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2016년 대선에서 압도적으로 패배한 시카고를 목표물로 삼아 맹공을 가한 것이다.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주는 민주당이 상원 의원 2석과 주지사를 배출한 곳이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 전 상원 의원을 지낸 곳이기도 하다. 시카고 시장도 민주당 소속이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날 자신이 참석해 연설한 시카고 국제경찰청장협회(IACP) 연례 콘퍼런스에 에디 존슨 시카고 경찰청장이 불참한 것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존슨 청장은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정책과 잦은 분열적 언사에 항의한다는 의미로 행사 불참을 결정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와 로리 라이트풋 시카고 시장 역시 존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라이트풋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문전박대를 당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청장을 겨냥해 "그의 고향에서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이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한 사람이 있다. 왜인 줄 아는가? 그의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존슨 청장이 미국 시민의 안전을 희생해서라도 불법 체류자를 숨겨주고 있다며 이민당국의 불법체류자 단속에 협조하지 않는 시카고의 '피난처 도시'(sanctuary city) 정책을 비난했다.
그는 "존슨 같은 사람은 범죄자와 불법 체류자를 시민보다 우선순위에 두는데 그것이 그의 가치"라며 "솔직히 그런 가치는 내게 불명예"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한 국민으로서 당혹스럽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이 시카고 얘기를 한다. 아프가니스탄이 시카고와 비교해 안전한 곳"이라고 말했고, 일부 방청객이 웃자 "그게 사실"이라고 재차 언급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역지인 시카고트리뷴의 집계치를 인용해 올들어 시카고의 살인 건수와 총격 건수가 작년과 비교해 10% 가량 감소했다며 시카고 치안 상황이 2016년 이후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라이트풋 시장은 트위터에 "시카고 공동체를 혐오스럽고 부정직한 언사로 깎아내리기보다는 워싱턴DC로 돌아가서 자신의 운명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쏘아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이 장악한 지역을 비난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는 지난 7월 민주당 흑인 중진의원의 지역구이자 흑인이 다수 거주하는 메릴랜드주 볼티모어를 "역겹고 쥐와 설치류가 들끓는 난장판"이라고 혹평했다가 인종차별 논란을 빚었다.
또 지난달에는 민주당 강세 지역인 샌프란시스코를 방문해 노숙자들이 버린 쓰레기가 하수관을 통해 흘러내려가 해양오염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이 끝난 후 시카고에서 열린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 공화당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400만달러의 기금을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행사가 열린 호텔 바깥에는 수천 명의 반대자들이 모여 '트럼프 탄핵', 그를 감옥으로' 등이 적힌 팻말을 흔들며 집회를 개최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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