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통화 들은 당국자 첫 의회 증언…트럼프에 불리한 진술·타격 예상
구소련 탈출한 이민자 출신…이라크戰서 부상당해 퍼플하트 훈장도 받아
(워싱턴·서울=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현혜란 기자 = 군에서 백악관으로 파견된 미 당국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이에 이뤄진 문제의 통화를 직접 듣고 나서 미국의 안보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고 29일(현지시간) 밝혔다.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조사를 시작한 이래 해당 전화통화에 배석한 당국자가 처음으로 의회에 나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은 이날 미 하원이 소환장을 발부함에 따라 의회에 출석했다.
그는 지난해 7월 군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로 파견된 우크라이나 전문가로,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수사를 종용한 7월 25일 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 중 한 명이다. 현장에 배석해 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가 의회 증언에 나선 건 처음이다.
빈드먼 중령은 서면 진술서에서 문제의 통화를 듣고 난 뒤 NSC 법률팀에 우려를 전달했다면서 "외국 정부에 미국 시민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함으로써 초래될 영향을 걱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빈드먼 중령은 백악관 상황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이 통화하는 것을 다른 NSC 동료들, 마이크 펜스 부통령실 직원들과 함께 들었다고 한다. 그는 관련 규정에 따라 정상 간 통화를 듣고 기록하는 일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빈드먼 중령은 또 통화 보름 전 있었던 회의에서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 주재 미국 대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려면 우크라이나가 바이든 전 부통령과 민주당 등을 수사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면서 "나는 선들랜드 대사에게 부적절한 언급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빈드먼 중령은 회의에서 언급된 내용에 따른 우려도 NSC 법률팀에 보고했다고 부연했다.
그는 자신이 3세 때 가족과 구소련을 도망쳐 나온 이민자 출신으로 가족이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냈고 자신은 미국의 가치와 이상에 깊이 공감하는 애국자라면서 "정치나 당파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방어하고 진전시키는 것이 나의 신성한 의무이자 특권"이라고 강조했다.
빈드먼 중령은 또 한국과 독일 등지에 파견돼 근무한 경험이 있고 이라크 전장에서는 폭탄 공격으로 다쳐 전투 중 부상한 군인에게 주는 퍼플하트 훈장을 받은 바 있다면서 당파와 상관없는 증언이라고 덧붙였다.
미 하원의 탄핵조사가 계속되면서 빈드먼 중령을 포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감행하는 전현직 당국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슬람국가(IS) 수괴 제거작전 등으로 반전을 모색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부담이 되는 대목이다.
앞서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 대행은 지난 22일 하원 탄핵조사에 응해 미국 정부가 정치적 동기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술했다.
피오나 힐 전 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은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대통령과 최측근의 우크라이나 압박 행보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면서 대통령의 보좌관들이 '나쁜 작전'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저지할 힘이 없었다고 증언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