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각 전인 작년 5월 투자업체 법률자문 활동에 의혹 시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구설에 오른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이번엔 최근 불거진 바티칸 교황청의 불법 금융·부동산 투자 의혹과의 연관설이 제기돼 궁지에 몰렸다.
29일(현지시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콘테 총리는 변호사로 일하던 때인 작년 5월 '파이버(Fiber) 4.0'이라는 투자사의 법률 자문으로 고용됐다.
파이버 4.0은 이탈리아 전역에 1만2천㎞의 광섬유 케이블을 보유한 통신업체 '레텔릿'(Retelit) 주주로, 고용된 때는 파이버 4.0이 레텔릿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외국 업체와 분쟁을 겪던 시점이다.
그런데 파이버 4.0의 최대 투자자인 '아테나 글로벌 오포튜니티'(AGO)는 교황청으로부터 2억달러(약 2천336억원)를 투자받아 펀드를 운용한 곳이라고 한다.
이 펀드 자금의 약 80%는 이번에 바티칸 경찰의 불법 부동산매매 의혹 수사의 타깃이 된 영국 런던 시내 빌딩 지분 매입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정가에서는 콘테 총리가 파이버 4.0의 법률자문으로 일하면서 문제의 부동산 계약을 인지하고 있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계약을 알고 있었다면 최소한 도의적 또는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콘테 총리에겐 이와 더불어 공익과 사익이 부딪히는 '이해 충돌' 이슈도 제기됐다.
그는 파이버 4.0의 법률자문역을 수행하던 와중에 작년 6월 구성된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 정당 동맹 간 연립정부의 총리로 낙점돼 입각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그 직후 레텔릿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골든파워법' 적용을 발표했다.
골든파워법은 전략적으로 중요한 기간 업체의 경영권이 외국 업체에 넘어가지 않도록 국가 개입을 허용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궁극적으로 분쟁 당사자인 파이버 4.0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법이었다.
콘테 총리 측은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하지 않았다며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총리실은 교황청의 부동산 거래와 관련해 "콘테 총리는 단지 법률적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만 했을 뿐, 바티칸의 부동산 투자를 알지도 못했고 알 필요도 없는 위치였다"고 반박했다.
이해 충돌 문제에 대해서도 "몇주 뒤 내각에 들어갈 거라고는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상황이었다"며 "이해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고자 골든파워법 적용 결정 당시 어떠한 의견도 제시하지 않고 뒤로 물러나 있었다"고 해명했다.
앞서 콘테 총리는 러시아 스캔들과 관련해 이탈리아 정보당국 수장이 윌리엄 바 미 법무장관을 두차례 접촉하도록 승인한 사실이 알려져 부적절성 논란이 일자 의회 비공개 청문회에 나가 이를 해명하는 등 곤욕을 치렀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