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경연 보고서…해외 IT기업은 '잰걸음' "제도적 지원 방안 절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급증하고 있으나 여기서 발생하는 엄청난 규모의 폐열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난방 등에 이용하는 데 대한 제도적 지원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으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31일 에너지경제연구원의 '데이터센터 폐열의 지역 냉난방 활용 사례와 정책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의 전력사용량은 지난 2014년 2.5TWh에서 2016년 2.8TWh로 연평균 5.5%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산업용 전력의 소비증가율(1.0%)과 비교하면 무려 5배 이상에 달할 정도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린 셈이다.
특히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가 지난 2015년 2조8천억원에서 내년 4조7천억원으로 68% 증가하고, 데이터 사용량은 같은 기간 6.2배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는 것을 감안하면 관련 전력사용량 증가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5G 이동통신,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이용 증가로 데이터센터 규모가 이전보다 더 빠르게 확대될 것이고, 이는 전력 소비 추세에도 반영될 것"이라면서 "그런데도 국내에서 데이터센터의 폐열을 활용한 사례는 아직 현실화한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덴마크 등의 정부기관 및 기업들이 일찌감치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해 실험실과 사무실은 물론 지역의 난방 공급에 활용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참 뒤처진 행보라는 것이다.
또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은 최근 덴마크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추진하면서 폐열을 지역난방 네트워크를 통해 현지 주택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보고서는 소개했다.
보고서는 "전세계 전력소비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12년 1% 수준이었으나 오는 2030년에는 8%까지 확대될 것"이라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폐열 재활용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한국은 여전히 논의 단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글로벌 기업 등이 데이터센터 폐열 재활용에 '거북이걸음'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제도적 지원책이 거의 마련되지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한 보조금 사업은 대기업을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고, 신재생에너지법에 근거한 지원은 데이터센터 폐열을 신재생에너지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오세신 연구위원은 "정부는 우리나라의 ICT 산업에 온실가스 감축 수단을 제공하고, 난방 부문의 탈(脫)화석화를 위해 데이터센터 폐열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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