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C 女진행자 "男진행자 임금이 6배 많아" 법정 다툼 시작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남녀 임금 차별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영국 공영 BBC 방송을 상대로 사미라 아흐메드(51)를 비롯한 여성 직원 십여명이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에서 '뉴스워치'를 진행했던 아흐메드는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남성 보다 수십만 파운드 적은 출연료를 받았다고 주장하며 그동안 받지 못한 임금을 보상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아흐메드가 진행했던 뉴스워치는 금요일 저녁 'BBC 뉴스' 채널 전파를 타고, 토요일 아침 'BBC 원' 채널에서 재방송하는 15분 분량 프로그램으로, 그가 받은 회당 출연료는 440∼465파운드(66만∼70만원)다.
아흐메드가 비교 대상으로 삼는 남성 진행자는 제러미 바인이다. 그는 2008년부터 10년간 매주 일요일 방영되는 15분짜리 프로그램 '포인츠 오브 뷰'를 진행했는데 그의 회당 출연료는 3천 파운드(451만원)였다.
아흐메드와 바인의 임금에 격차가 있는 이유는 성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게 BBC의 입장이다.
뉴스워치는 프로그램 성격상 '뉴스'로 분류되지만, 포인츠 오브 뷰는 '예능'으로 서로 다른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 진행자 보수에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흐메드와 바인은 인지도 측면에서도 같은 선상에 있지 않으며, 아흐메드는 전임 뉴스워치 남성 진행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았다고 BBC 대변인은 설명했다.
BBC는 2017년 고액 연봉을 받은 방송인 96명 명단을 공개했는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금액 측면에서도 성별 차이가 상당해 임금 차별 논란에 직면했다.
이에 BBC는 고소득 남성 방송인 일부의 임금을 삭감하고, 방송 출연진과 주요 보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을 늘려나가겠다고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성별 임금 격차를 두고 줄소송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해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에 문제를 제기하며 중국지사 에디터 보직을 그만둔 캐리 그레이시(54)는 최소 열두명 이상의 여성 직원들이 BBC를 상대로 유사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통계청이 집계한 성별 임금 격차는 정규직 기준으로 1997년 17.4%에서 꾸준히 줄어 2013년 10%대까지 떨어졌다. 그 이후에도 남녀임금 차이는 매년 감소해왔으나 올해 6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소폭 증가했다.
올해 남성 정규직 근로자는 여성 정규직 근로자보다 8.9% 많은 임금을 받았다. 이는 지난해보다 0.3% 늘어난 수치다. 격차가 커진 이유 중 하나는 고소득 전문직과 고위직에서 성별에 따른 임금 차이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다만, 40세 이하 연령대에서는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가 '0'에 가까웠다.
영국 통계청은 40세 이상 여성은 40세 미만 여성보다 보수가 적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이 크고, 많은 돈을 받는 관리직·이사직·고위직에서 근무할 가능성이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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