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캐롤라이나서 소식 접해…경질설 맞물려 거취 논란 가열될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최근 입지 위축설이 계속 제기돼온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이 지난 주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 수괴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 과정에서도 철저하게 정보공유 라인에서 배제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작전은 극도의 보안이 필요한 사안이긴 하다. 그러나 '백악관 이인자'인 비서실장 자리가 통상 이처럼 중대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실행계획과 대통령의 공식 성명발표, 의회 지도부에 대한 고지 등을 조율하는 '키맨'이라는 점에 비춰 이번 '멀베이니 패싱'은 그의 거취 논란에 더욱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멀베이니 대행은 알바그다디 제거에 대한 정보를 작전이 이미 진행된 후에서야 알게 됐다고 미 NBC방송이 전·현직 행정부 고위 당국자 5명을 인용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 전날인 지난 26일 밤 "방금 아주 큰 일이 일어났다"는 트윗을 날렸을 당시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집에 머물고 있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이 있은 지 약 1시간 후 백악관은 이튿날 오전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기자단에 공지했다. 당국자들은 멀베이니 대행이 이날 밤 제거 작전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25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컬럼비아 방문 당시 멀베이니 대행도 수행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그날 오후 5시로 워싱턴DC로 복귀할 때 멀베이니 대행은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남았다가 금주 초인 28일에서야 돌아왔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5월 사살된 '9·11테러의 배후' 알카에다 수괴 오사마 빈라덴 이후 공개수배 1호 테러리스트였던 알바그다디를 제거하는 '중차대한 작전' 수행 과정에서 비서실장을 배제한 것은 전례 없는 일로, 그만큼 백악관의 정상적 기능 와해 및 백악관 내에서 멀베이니 대행의 좁아진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NBC방송은 전했다.
이는 빈라덴 사살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빌 데일리가 백악관 상황실에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등 소수의 핵심 인사들과 작전을 지켜보던 것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다만 한 고위 당국자는 NBC방송에 "멀베이니 대행은 오래전부터 지난 주말 사우스캐롤라이나행을 계획했었다"며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는 것 자체가 그의 위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멀베이니 대행은 지난 17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원조 보류가 민주당에 대한 수사 압박 차원이었다는 발언으로 '본의 아니게' 트럼프 대통령을 궁지로 내몰면서 본인 역시 코너에 몰렸다. 경질설도 심심찮게 돌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1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도 멀베이니 대행이 직을 계속 유지하느냐는 질문에 답변하지 않은 바 있다.
멀베이니 대행은 지난 연말 퇴진한 존 켈리 전 백악관 비서실장 후임으로 임명됐으나 1년이 다 되도록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한 상태이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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