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존슨 총리 "보고서 권고사항 이행…고층빌딩 소재 교체"
책임 규명 위한 2단계 조사 계속 진행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지난 2017년 6월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발생한 화재는 외장재로 사용된 가연성 소재로 인해 비극적인 참사로 이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공영 BBC 방송에 따르면 마틴 무어-빅 전 항소법원 판사가 이끄는 조사위원회는 1단계 조사를 마친 뒤 펴낸 공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앞서 2017년 6월 24층짜리 런던 공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화재가 발생해 모두 71명이 목숨을 잃었다.
무어-빅 조사위원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그렌펠타워는 강력하고 활기찬 커뮤니티의 집이었지만 화재로 인해 찢어졌다"고 밝혔다.
화재는 그렌펠타워 4층에서 냉장고의 전기적 결함 때문에 발생했다.
이후 2016년 빌딩 외벽 재단장 당시 사용된 가연성 알루미늄 피복재가 불쏘시개로 작용하면서 화재는 30여분 만에 옥상까지 도달, 건물 전체를 덮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아울러 런던 소방대(LFB)의 체계적 대응 실패, 빌딩 규제 허점 등도 지적됐다.
보고서 발간 이후 당시 생존자들과 유족으로 구성된 '그렌펠 유나이티드'는 성명을 내고 (그렌펠타워를 보유한) 켄싱턴과 첼시 지역 당국, 외벽 재단장에 관여한 기업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명은 "이번 보고서 내용은 우리의 집을 죽음의 덫으로 바꾸는데 책임을 진 이들을 형사고발하려는 우리의 의지를 강하게 한다"고 밝혔다.
일부 생존자들은 런던소방대의 간부들을 해고하거나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그렌펠타워 참사 조사가 마무리돼 결론이 내려진 뒤에야 관련자들에 대한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향후 2년간 진행될 2단계 조사는 이같은 가연성 소재를 사용하게 된 배경과 함께 누가 이같은 결정을 내렸는지를 규명하는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날 하원에서는 보고서 발간에 맞춰 그렌펠타워 참사 관련 토론이 열렸다.
보리스 존슨 총리와 하원의원들은 1분간 묵념을 시행했다.
존슨 총리는 "(참사 후) 화재 안전과 넓게는 공공지원주택(social housing)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 필요성이 제기됐다"면서 "정부는 화재 안전 관련 규칙을 개선하기 위한 보고서의 권고사항을 이행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보고서는 소방관 훈련, 고층빌딩 대피와 관련한 국가 가이드라인 개선 등 46개 권고사항을 내놨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안전했어야 할 빌딩을 매우 위험하게 만든 실패들을 드러내고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 내에는 아직도 수많은 고층빌딩이 그렌펠타워와 마찬가지로 가연성 소재로 둘러싸여 있다.
존슨 총리는 정부 소유 빌딩에서는 이같은 가연성 소재 외벽을 제거하는 작업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에 있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아직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6억 파운드(약 9천억원)를 투입해 위험한 외장재 제거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지역당국이 저소득층 및 이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그렌펠타워에 무관심해 이같은 참사를 불러왔다고 비판하고 있다.
무어-빅 위원장은 2단계 조사에서는 화재 이전에 그렌펠타워가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가 왜 지역당국에서 무시됐는지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암시했다.
존슨 총리 역시 그렌펠타워가 화재 발생 이전에 간과되고 무시됐으며, 참사 이후에도 기관들로부터 제대로 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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