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美국무부 넘버2' 부장관 수직이동…"대북특별대표 유지"(종합)

입력 2019-11-01 08:19   수정 2019-11-01 08:33

비건 '美국무부 넘버2' 부장관 수직이동…"대북특별대표 유지"(종합)
"신분 관계없이 북핵 계속 다루고 싶어…북미협상 적극 임하겠다" 의지 피력
위상강화로 북미협상 긍정효과 관측…'폼페이오 출마설' 속 협상에만 집중 어려워질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북미 실무협상의 미국 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56)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지명됐다.
비건 대표는 현 대북 특별대표직도 겸직할 것으로 알려져 인준이 확정될 경우 이러한 위상 강화가 지난 5일 '스톡홀름 노딜' 이후 교착국면을 맞았던 대북협상 재개를 위한 하나의 모멘텀이 되며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내용의 인선을 단행했으며 인준요청서를 상원에 발송했다고 발표했다. 비건 대표의 부장관 임명은 상원 인준 청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백악관은 비건 대표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대북 특별대표로서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모든 정책을 지휘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무부 부장관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 이은 국무부 2인자 자리로, 비건 대표의 이번 승진 기용은 존 설리번 부장관이 주러시아 미국 대사에 낙점된 데 따른 것이다. 설리번 부장관은 전날 상원 인준 청문회를 거쳤다.
비건 대표의 이번 국무부 내 수직 이동에 따라 실무협상 대표를 누가 맡게 될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비건 대표가 부장관이 되더라도 대북 특별대표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미 행정부 당국자가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비건 대표가 대북 외교 관련 책무를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당국자 발로 전했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는 이날 부임 인사를 겸해 방문한 이수혁 신임 주미대사와의 면담에서 자신의 신분이 어떻게 되든지와 관계없이 북한 핵 문제는 계속 다루고 싶다며 국무부 내 변화와는 무관하게 북미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해나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이 대사와 주미대사관 측이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이 자리를 비울 경우 사실상의 장관 대행까지 하게 되는 셈이어서 국무부 내 '파워맨'으로 급부상하게 됐다.
이번 인선은 폼페이오 장관의 내년 캔자스 상원의원 출마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기도 하다.
폼페이오 장관의 상원의원 출마가 현실화할 경우 비건 대표는 적어도 잠깐은 국무장관 대행직을 맡게 될 것이라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이 통신은 "이번 인선은 폼페이오 장관의 출마설과 맞물려 더욱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비건 대표는 당초 러시아 대사 후보로 거론되다 설리번 부장관의 러시아 대사 이동설과 맞물려 몇 달 전부터 부장관 발탁설이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다만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둘러싼 국무부 내부 소용돌이의 여파로 지명이 늦어졌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빅3' 자동차회사인 포드자동차의 국제담당 부회장 출신의 비건 대표는 지난해 8월 북미 실무협상 미국 측 대표인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로 임명된 뒤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도와 비핵화 협상의 '키맨'으로 부상,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관여 드라이브를 뒷받침해왔다.
비건 대표가 부장관과 대북 특별대표직을 동시에 수행하게 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비핵화 협상의 향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을 끈다.
일단 비건 대표의 대북 특별대표직 유지는 업무 연속성 등을 감안할 때 그만큼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 국면에서 대북 비핵화 성과를 견인, 외교적 치적으로 일구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포석이 담긴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대북 특별대표직의 부장관 승격을 통해 그만큼 힘을 실어주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이 담긴 것으로도 볼 수 있어 협상 대표의 위상 확대가 북미협상 진행 과정에서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비건 대표가 북측 대미협상의 핵심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 실질적 카운터파트로 호흡을 맞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그러나 부장관으로서 다뤄야 할 업무 범위가 넓어지고 해외 출장도 많아지는 만큼 비핵화 협상에만 주력하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가 대북 특별대표직을 유지하며 전체 협상 상황을 관장하되 이를 실무적으로 뒷받침할 별도의 직을 둘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건 대표는 지난해 10월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을 수행한 데 이어 김혁철 당시 북측 실무협상 대표와의 협상을 위해 2월 초 평양을 찾는 등 2차 북미정상회담의 실무준비를 이끌었다. 앞서 1월에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과 1.5 트랙 형식으로 '합숙 담판'을 갖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스톡홀름에서 새 카운터파트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실무협상에 나섰다.
비건 대표는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1기 행정부(2001~2005년)에서 당시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근거리에서 도우면서 NSC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았고, 빌 프리스트 전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의 국가안보 보좌관을 지냈다.
미 하원과 상원의 외교위원회에서도 두루 경력을 쌓았다. 미시간대에서 러시아어 및 정치학을 전공했고, 미러관계와 관련한 다양한 단체에서 활동해왔다.
hanks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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