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경제성장 이끄는데 주요한 역할했고, 우리 경제성장의 파트너"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이대희 김경윤 기자 = "기업 지배구조는 결국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삼성전자든 현대자동차든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한국공정거래조정원에서 진행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편 방향을 묻자 '공정경제' 정책의 수장으로서 이렇게 답했다.
지난 9월 취임한 조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부당한 갑을 관계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중한 조사와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도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 등과 관련해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주창자이자 소비자를 보호하는 곳"이라며 "신고자의 편의를 고려해 사건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고 효율적이고 국민 친화적인 공정위도 약속했다.
-- 공정경제가 한국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 1960∼1970년대 고도성장기에는 대기업에 많은 리소스(자원)가 갔고, 대기업의 성장이 낙수 효과처럼 중소기업에 영향을 미친다고 봤다. 이제는 대기업이 국제 협업체제에 들어가 (중소기업이) 성장의 과실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또 중소기업, 하도급 업체 등을 포함해 을에 해당하는 분들이 많아 '공정'이 중요한 이슈가 됐다.
-- 공정경제 관련 중점을 둔 분야가 있다면.
▲ 전임 위원장부터 기업집단이나 갑을관계 정책에 관해 많은 일을 했다. 구조·제도적으로 어떤 부분을 개선해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드냐가 제 임무다. 과거에는 갑을관계를 사건별로 다뤘다면 이제는 사건의 함의를 보고 어떻게 제도화할지를 다룬다. 공정위의 사건 처리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를 빨리 처리할 방안을 다각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바람직한 지배구조란.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 개편이 바람직하다고 보나.
▲ 지배구조에 하나의 정답은 없지만 '베스트 프랙티스'(Best Practice·모범사례)는 있을 것이다. 투자자나 시장 관점에서는 결국 감시·감독 체계를 잘 갖춰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지배주주나 창업자 가족보다는 기업가치 극대화가 더 중요한 가치다. 현대자동차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면 기업가치가 더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 현대자동차든 삼성전자든 모든 기업이 조금씩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 지배구조와 거래 관행 개선을 위해 추진 중인 사항은.
▲ 기업집단 정보를 주기적으로 시장에 공개함으로써 시장 자율감시 기능에 의한 지배구조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고 있다. 감독 당국이 규제하고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투자자, 소비자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관련 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도 추진하는데 12월이나 내년 봄쯤에는 나올 것이다.
구체적 이름을 말할 수는 없지만 (중견기업의 부당 내부거래와 관련해서는) 몇 개 기업을 깊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독립 중소기업에 대한 '일감 개방' 인센티브 제공 방안도 모색 중이다. 동반성장지수나 공정거래협약 이행을 지수화하거나 평가할 때 점수를 높이는 방안 등이 있다.
-- 자율성을 강조했는데 공정위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인가.
▲ 대기업이든 중소기업, 영세기업이든 법에서 요구하는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법을 지키고 나머지는 자율적으로 개선하라는 것이다. 공정위는 법에서 주어진 권한 이상으로는 터치하지 않을 것이다.
-- 공정위가 과거에는 지주회사를 권장하다가 이제는 반대로 돌아선 것 같은데.
▲ 지주사 권장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인스티튜셔널 아비트라지'(Institutional arbitrage·기업 간 거래)를 이용하는 부분이 보였다. 제도를 설계할 때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있으니 줄이는 방향으로 가자는 것이다.
-- 애플이나 구글 등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에 대한 대책은.
▲ 모바일 기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지 않나.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플랫폼 사업자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하나는 혁신을 하라, 또 하나는 시장에서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는데 반경쟁 행위로 경쟁이 배제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외국계 기업이라고 특별히 엄정히 대하지도 않을 것이고, 반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동일하게 접근할 것이다.
-- 애플은 갑질 혐의와 조사방해 혐의가 있는데.
▲ 애플에 있어서 안건이 두 개로 나눠질 수 있다. 위원회가 판단하겠지만 조사하는 단계에서 방해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사 방해가 애플이라서 더 엄중한 것은 아니고 국내 기업도 마찬가지로 조사방해 행위가 발생하면 엄정히 대처하겠다.
-- ICT 분야 관심 표명해왔는데 새로 추진하는 것이 있나.
▲ ICT 분야가 굉장히 복잡하다. 관련 사건이 있을 때 한 과에서 다루기 어렵다. 공정위 내에도 관련 부서가 여러 개 있는데 국을 넘어서 여러 과의 인력을 모은 조직을 두려고 한다. 실제 조직이 아니고 사무처장이 팀장을 맡는다. 상시 조직으로 하면 좋겠지만 각 과나 국의 주요 인재를 빼야 하는 데 인원이 적어 할 수가 없다. 연말 전에 시작할 예정이다.
-- 공유승차 '타다'에 대한 의견은.
▲ 공정위가 처음부터 의견을 이야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적인 모습과 새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타다는 시장의 경쟁을 불러일으켜 플러스였다. 공정위의 전통적인 관점에서는 분명 그렇다. 타다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효과는 개별적인 부처가 처리해야 한다. 초기에 시장 친화적, 경쟁 측면의 이야기를 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고 역할을 불충분하게 한 것 아닌가 한다. 공정위는 부처에서 발의하는 법안 등에 반경쟁적인 효과가 있으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데 타이밍을 놓쳤다. 새 모빌리티나 상품이 시장에 도입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혁신적인 서비스가 나오면) 의견을 피력할 것이다. 제 방침이자 공정위의 의무 가운데 하나다.
-- 코리아세일페스타 관련해 특약매입 지침을 연기한다는 것을 두고 말이 많다.
▲ 시장이 준비하고 대응할 시간을 주고 도입하는 것이다. 모든 법이 즉시 시행하는 것도 있지만 시점을 정해서 하는 것도 있지 않으냐. 유통업계 구조와도 관계가 있는데, 국내 대형유통업자가 재고에 따른 리스크를 지지 않는 것이 가장 문제다. 위탁 수수료만 받기에 (세일로) 가격을 내리고 매출이 늘어나면 수수료만 커지고 납품업자는 손해를 보는 구조다. 그래서 직매입을 하거나 수수료를 조금씩 받자는 것이다.
-- 대한항공[003490] 총수 일가 사익편취 사건이 서울고법에서 패소해 대법원 계류 중인데.
▲ 우선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 법원의 판결 요지는 지원은 맞지만, 규모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쪽에서 '네거티브 이펙트'(부정적 영향)가 있는 점을 본 것이다. 부당성 입증을 완화하는 입법을 하려는 일부 의원도 있다. 의원입법을 통해 개정하면 이를 수용할 것이고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리겠다. 합리적으로 판단해 줄 것으로 믿는다.
--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인수합병 관련해 공정위 결정은 언제 나오나.
▲ 현재 심사 중이며 빨리할 것이다. 국제적인 사건이라서 '승인될 것 같다' 또는 '아닐 것 같다'고 말할 수 없다.
-- 갑을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 가장 큰 노력은 사건 처리가 너무 오래 걸리는 문제를 해소하려는 것이다. 신고인 관점에서 빠른 처리가 가장 중요하다. 신고나 사건을 빨리 처리하고 피해자를 신속히 구제하고 싶은데 공정위 인원이 너무 적다. 현재 1년에 들어오는 민원이 4만∼5만건이고 이 가운데 실제로 사건화가 되는 것은 4천 건이다. 정원은 650명밖에 되지 않는데 민원 회신을 해야 한다. 이 부분은 지자체가 자체 검토를 해서 답변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분쟁 조정이나 과태료 부과를 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 지자체와 협약을 맺었다. 또 1년 예산이 1천300억원으로 적다 보니 제대로 된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는데 이를 바꾸고 싶다.
-- 학계에 있을 때와 시각이 변화한 부분이 있나.
▲ 과거와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대기업이 우리 경제에서 가지는 중요성과 비중을 많이 인식해왔다. 대기업은 경제 성장을 이끄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우리 경제성장의 파트너다.
-- 공정위와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 공정위를 사랑해달라. 공정위는 시장경제의 주창자이며 소비자를 보호하는 곳이다. 기업집단과 관련해 저희가 힘을 남용하는 것처럼 표현되지만, 경쟁에서 부당하게 배제된 사업자와 5천만명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다. 공정위가 생각보다 힘이 없지만 잘한다고 이야기해주시면 힘을 얻을 것이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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