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아 달라, 줄 돈 없다"…올해 상반기까지 3천10억원 미납
인니 개발 분담금 비율 20% 지키되 일부 현물납부 방안 제시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한국과 인도네시아가 이달 말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차세대 전투기(KF-X/IF-X) 개발분담금 재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일 방위사업청과 외교당국에 따르면 한국과 인도네시아 양국은 KF-X 개발 분담금 비율은 지키되, 일부 현물로 납부하는 방향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재협상 타결을 향해 이견을 좁히고 있다.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2015년부터 8조7천억원의 사업비를 공동 부담해 2026년까지 차세대 전투기를 개발해 양산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사업비의 20%인 1조7천억 원을 투자하고 시제기 1대와 기술 자료를 이전받은 뒤 차세대 전투기 48대를 인도네시아에서 현지 생산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경제 사정이 어렵다며 2017년 하반기 분담금부터 지급을 미루더니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총 3천10억원을 미납한 상태다.
조코위 대통령은 작년 9월 한국을 국빈방문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에게 KF-X 인니 분담금 중 5% 축소 등 재협상을 요구했으며, 양국은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사이에 타결하는 것을 목표로 협상을 벌여왔다.
이미 목표했던 협상 시한이 지났으나 조코위 대통령의 방한 시점에 맞춰 타결할 수 있도록 협상팀은 노력 중이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재선 취임식에 경축 특사로 파견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나 "(11월25∼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문 대통령을) 뵐 텐데 기대가 크다"고 말해 방한 일정을 공식화했다.
이번 조코위 대통령 방한 시 양국 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는 주요 의제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인도네시아 신규 공장 건설 공식 계약과 한-인도네시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서명, KF-X 분담금 재협상 문제인데, 앞에 두 가지 의제는 사실상 모두 조율되고 발표만 남았지만, KF-X 분담금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인프라와 인력개발에 예산지출을 우선시하다 보니 분담금을 지불할 예산이 없다. 분담금 축소를 원한다"며 자체 생산하는 CN-235 수송기를 한국에 제공하는 방안 등 현물 납부 방식도 제안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내에서는 "돈은 내기 싫다면서 기술이전은 받고 싶으냐"며 차라리 공동개발을 취소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하지만, 무기체계를 공유하는 것은 동맹 수준이 최고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상징성이 있고, 인도네시아와는 KF-X뿐만 아니라 잠수함 등 다른 방위산업 협력과도 맞물려 있기에 공동개발 취소는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령, 대우조선해양은 인도네시아에서 2011년 1천400t급 잠수함 3척(1조3천억원)을 수주해 1번 함과 2번 함은 한국에서 건조해 인도했고, 3번 함은 한국에서 만든 본체를 인도네시아 공기업 PT PAL에서 조립해 올해 4월 진수했다.
인도네시아는 3번 함 진수식 날 대우조선해양에 1천400t급 잠수함 3척(1조1천600억원)을 추가로 주문했으며, 앞으로 잠수함을 12척까지 늘릴 예정이라 한국뿐 아니라 대만 등이 눈독 들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측 재협상 실무팀은 인도네시아에 "분담금을 낸 만큼 공동개발 기술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며 분담금 비율을 지키라고 설득하는 한편, 일부는 현물로 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전진구 대우조선해양 자카르타 지사장은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상대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 키포인트이며 수출 성공 실적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 대사 등이 프라보워 수비안토 새 국방부 장관과 만나 KF-X를 비롯해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강조할 예정이다.
인도네시아 측 재협상 실무팀은 지난주 프라보워 장관과 함께 자바섬 반둥의 국영 항공 방산업체를 둘러보려다 막판에 일정이 취소된 바 있다.
프라보워 장관은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조코위 대통령과 맞붙었다 패배한 야당 총재로, 지난달 23일 조코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국방부 장관으로 전격 기용됐다.
그는 군 장성 출신이지만, 지난 20년간 군부를 떠나있었기에 KF-X 분담금 재협상 등에 관해 새로 알아가는 상황이라 재협상 타결에 있어서 '막판 변수'가 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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