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쉽게 보수할 수 있다"며 의미 축소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난공불락을 자랑한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에 구멍이 뚫렸다는 언론 보도에 "아무리 강력한 장벽이라고 해도 뚫릴 수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3일(현지시간) USA투데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위 '트럼프 장벽'이 뚫렸다는 언론 보도에 대한 질문에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답한 뒤 "우리는 매우 강력한 장벽을 갖고 있지만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엄밀히 말하자면 다 뚫릴 수 있다"고 강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감시한다"면서 "자른다고 해도 또 쉽게 보수할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우리가 그 방식으로 (건설)한 이유는 쉽게 보수되기 때문"이라며 강철로 된 말뚝 울타리를 가리켜 "덩어리를 다시 집어넣으면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벽이 뚫렸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고 했지만, 기자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이 매체는 지적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밀수업자들이 가정용 무선 전동 톱을 사용해 국경 장벽에 사람과 마약이 드나들기에 충분한 크기의 구멍을 냈다고 2일 보도했다.
멕시코 국경을 따라 819㎞ 길이에 걸쳐 세워진 이 장벽은 강철과 콘크리트로 된 5~9m 높이 말뚝을 줄지어 세워놓은 형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이 장벽을 두고 "사실상 뚫을 수 없다"고 호언장담하는가 하면 슈퍼카 '롤스로이스'에 빗대 불법 이민자들이 넘어갈 수도, 아래로 지나갈 수도, 통과할 수도 없는 명품이라고 자랑했다.
그러나 미 관리와 수사관들에 따르면 장벽에 구멍을 낸 밀수업자들은 철물점에서 100달러(한화 약 11만6천원) 정도만 주면 살 수 있는 전동 톱을 사용해 최근 몇 달 간 반복해서 구멍 뚫기 작업을 했다. 또 이 톱에 특수 날을 장착하면 강철과 콘크리트로 이뤄진 장벽의 말뚝을 15~20분 내 잘라낼 수 있다.
WP 보도가 나온 이후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은 CBS 방송에 장벽에 구멍을 내는 행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WP가 문제의 심각성을 과장했다며 "문제가 될 수준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NBC뉴스도 지난 1월 흔히 쓰이는 도구로 장벽을 잘라낼 수 있다고 보도한 적이 있으며,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 중 개발시험을 하기는 했지만 설계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했다고 책임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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