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공동 연구진, 세포 운명 결정되는 '장배 형성' 최초 관찰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의 초기 배아 발달 단계에서 발생하는 분자 및 세포 이벤트(molecular and cellular events)에 대해선 거의 알려진 게 없다.
그런데 미국과 중국의 과학자들이, 배아의 실험실 배양 기간을 대폭 늘려, 여태껏 한 번도 가 보지 못한 '장배 형성(gastrulation)' 과정을 관찰하는 데 성공했다. '장배 형성'은, 배아 줄기세포의 분화 방향이 결정되는, 초기 배아 발달의 핵심 단계다.
이 연구는, 공동 교신저자를 맡은 미국 소크 연구소 유전자 발현 실험실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와 중국 쿤밍(昆明) 과학기술대 영장류 중개 의학 연구소의 지 웨이즈 교수가 이끌었다. 관련 논문은 1일(현지시간)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실렸다.
이날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장배 형성은, 배아의 전구세포들에 유전적 프로그램이 입력되는 단계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 배아는 '장배((腸胚·gastrula)'라는 세 개의 배엽 구조로 변하고, 여기에서 모든 조직과 기관이 분화한다.
나중에 세 배엽 중 하나는 폐·소화관·간 등이, 다른 하나는 심장·근육·생식기관 등이, 나머지 하나는 피부·신경계 등이 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영장류의 장배 형성 과정을 관찰하지 못했다. 이 중요한 과정을 어떤 분자 및 세포 요인이 추동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쿤밍 과기대 연구진은 3년 전 원숭이를 모델로 배아 배양 실험에 착수했다. 목표는 장배 형성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우선 실험실 환경에서 원숭이 배아가 '최장 20일간' 자랄 수 있도록 기존의 배양 프로토콜을 수정했다. 그 이전에는 장배 형성 2주 차 이전까지만 배아를 배양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배양된 배아의 세포들에서 장배의 각 배엽 구조를 향해 선명한 발달 궤적(developmental trajectories)이 형성되는 걸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배아의 형태, 크기, 이동 패턴 등을 매일 모니터해, 서로 다른 유형의 세포들이 어떻게 배아에서 생기는지도 확인했다.
연구팀은 향후 배아 배양의 지속 기간을 더 늘려, 배아 줄기세포의 분화 연구를 한층 더 심화할 계획이다.
비록 원숭이 모델에 실험한 것이긴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 배아의 초기 발달에 대해서도 직접적 시사점을 가질 것으로 평가된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는 "초기 배아 발달 단계의 블랙박스를 처음 들여다본 것"이라면서 "어떻게 세포들이 각 배아 단계를 거쳐 가고, 그런 세포 발달 과정에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지 관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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