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준비없이 영어 통역만 동석"…"美 지소미아 유지 요구에 '대화中' 강조 의도"
"文 고위급 협의 제안 아베 답변 놓고 한일 간 해석차"…"관계개선 길 멀다" 비관론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언론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으로 전날 한일 정상이 환담을 나눈 것과 관련해 미국을 향해 대화에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폄훼하는 보도 행태를 보였다.
5일 일본 주요 언론들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 개최에 앞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대기실에서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을 주요 지면에서 상세히 전하면서 양국 사이의 온도차를 부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잠시 앉아서 이야기합시다'고 말하며 자리에 앉아서 대화할 것을 권해 아베 총리가 응했다"며 "사전에 접촉이 있었다면 한일 관계 담당 간부와 통역이 자리에 함께 했겠지만, 사전 준비 없이 이뤄져 영어 통역만이 동석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문 대통령, 옆자리로 아베 인도…매우 우호적" (문재인, 安倍晋三) / 연합뉴스 (Yonhapnews)
이 신문은 한국이 종료를 결정한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유지를 미국이 요구하고 있고, 문 대통령은 지지율 저하를 겪고 있다며 "(문 대통령이) 내우외환으로 더이상 한일 관계를 악화시켜서는 안될 것(안된다고 생각할 것)"이라는 일본 정부 고위 관료의 견해를 전했다.
다른 일본 정부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아베 총리가 도망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해 문 대통령의 대화(환담) 요청을 받아들였다"며 "(환담 중) 징용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이 없었으니 상황이 움직이지 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아베 총리에게 환담을 제안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사히, 마이니치, 산케이,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다른 언론사들도 비슷하게 미국에 대일 관계 개선 노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취지의 분석을 내놨다.
아사히신문은 "문 대통령이 내정과 외교에서 곤란에 부딪히고 있어서 한일 관계에서 성과를 내야 할 처지"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신문은 "문 대통령이 환담에서 대화를 강조한 것은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앞두고 한일이 대화 가능한 관계라는 것을 미국에 보여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전날 니시무라 아키히로(西村明宏) 관방부(副)장관이 정상 환담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 설명 내용을 소개하며 양국 간 발표 내용의 차이를 부각하기도 했다.
마이니치는 청와대가 문 대통령의 고위급 협의 제안에 대해 아베 총리가 가능한 모든 방법을 통해 해결 방안을 노력하자는 답을 했다고 발표했지만, 니시무라 부장관이 방콕에서 일본 기자들에게 이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종래대로 외교 당국 간의 협의를 통해 현안을 해결해 가겠다는 취지로 응답했다"고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니시무라 부장관은 실제로 정상 간 환담 자리에는 직접 참석하지 않았지만, 통역에게 들은 내용을 토대로 이런 발언을 했다.
마이니치는 그러면서 아베 총리가 환담에서 종래의 일본 측 설명을 반복한 것은 정상 간 회담을 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인식을 보인 것이라며 아베 총리는 고위급 협의가 역사 문제와 수출 규제·안보 등 다른 문제를 분리하는 '투 트랙 외교'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것에 경계감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의 관련 보도에서는 향후 한일 관계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두드러졌다.
아사히는 "강제징용 소송에 대해 문 대통령이 쉽게 양보할 수가 없으니 관계 개선의 길은 멀리 있는 실정"이라고 보도했고 마이니치는 "16~17일 예정됐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취소되면서 지소미아 유효 기간 내 한일 정상 간 접촉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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