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선언 등 염두에 둔 체제안전보장 메시지…"평화체제, '더밝은 미래' 비전 핵심"
"北 WMD, 안전보장 원천 아닌 불안정 핵심 요인"…'전략적 전환' 강조하며 비핵화 촉구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임주영 이해아 특파원 = 알렉스 웡 미국 국무부 북한 담당 부차관보는 5일(현지시간) 한반도에서 지난 70년간 계속돼온 전쟁 상태(the state of war)가 영속돼선 안 된다면서 평화체제 구축이 북한의 '더 밝은 미래' 비전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와 관련,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가 체제보장의 안전판이 아닌 불안정 요인이라면서 '전략적 전환'(strategic shift)을 강조했다.
웡 부차관보의 이날 발언은 종전 선언 가능성 등을 시사하며 북한을 향해 전향적인 체제 안전 보장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지난달 5일 '스톡홀름 노딜'로 북미가 다시 교착국면을 맞은 이후 북한이 '선(先) 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올해 연말을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가운데 북미 적대 관계의 종식 필요성을 거론하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견인하기 위한 차원으로도 풀이된다.
웡 부차관보는 이날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세미나에 참석, 개회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의 개념은 매우 복잡한 동시에 확실한 형태가 없다"며 "이것은 우리가 북한과 협상을 통해 함께 다뤄야 하는 광범위한 이슈들을 수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녹록지 않지만, 평화체제의 개념은 강렬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열망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평화 체제는 한반도에서 70년간 이어져 온 전쟁 상태가 영구적이어선 안되고 그럴 수 없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웡 부차관보는 "우리가 협상에서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면 우리는 한반도 및 인도·태평양 지역의 모든 사람을 위해 보다 안정되고 보다 번영하며 보다 평화로운 미래를 가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것이 안정적인 평화체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과 서명한 싱가포르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핵심 기둥 중 하나인 이유"라며 "평화 체제는 북한을 위한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전을 구성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웡 부차관보는 "이 개념은 모든 플레이어와 이해당사자들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북한의 WMD가 북한을 위한 안전보장의 원천이라기보다는 북한의 불안정에 있어 핵심 요인이라는 점을 보다 분명하게 해줄,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전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싱크탱크 등의 역할을 거론하며 "우리의 협상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며 '북미협상의 성공'에 대한 의지도 피력했다.
'70년 전쟁 상태' 종식의 당위성을 거론한 이날 언급은 직접적으로는 종전선언,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평화협정 체결과 국교 정상화 등을 염두에 두고 체제 안전에 대한 북한의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보인다.
웡 부차관보는 동시에 '전략적 전환'을 강조하는 한편으로 평화체제가 협상 과정에서 다른 문제들과 맞물려 다뤄야 할 이슈라는 점을 언급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그동안 핵이 더는 북한의 체제를 보장해주는 안전판이 아니라 오히려 체제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는 인식의 전환에 따른 비핵화 결정을 뜻하는 표현으로 '전략적 결정', '전략적 전환'이라는 말을 써왔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지난 1일 인터뷰를 통해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전이 너무 더디지만 수개월 내로 좋은 결과를 얻기를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웡 부차관보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 밑에서 대북 특별 부대표를 맡아왔다. 그만큼 비건 특별대표의 부장관 승진으로 북미 실무협상과 관련한 그의 비중이 커질 수 있어 새로운 '키맨'으로 그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비건 대표의 부장관 인준이 확정될 경우 웡 부차관보가 북미 실무협상에 대한 일상적 관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한 바 있다. 실제 웡 부차관보가 외부 행사에서 공개 발언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웡 부차관보는 그러나 북미 실무협상 및 정상회담 계획이나 북미간 물밑접촉 진행 여부, 향후 자신의 협상 관련 역할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좋은 하루 되라"는 말로 대신하며 대답을 아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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