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성 장 질환, 대장균의 영양분 선호 바꾼다"

입력 2019-11-06 15:03  

"염증성 장 질환, 대장균의 영양분 선호 바꾼다"
미 미시간대 연구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염증성 장(腸) 질환(IBD)'은 삶의 질을 해치는 난치병이다. 가장 흔한 유형으로 알려진 크론병도 소화관 염증에다 심각한 설사, 통증, 체중 감소 등을 동반한다.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IBD의 원인을 규명하는 데 실마리가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로운 병원성 박테리아의 '식이 선호(dietary preference)'가 탄수화물(당질)에서 특정 아미노산으로 변해, 다른 유익균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이런 장 질환이 발병한다는 게 요지다.
미국의 미시간주립대 의대 연구진은 이런 내용의 논문을 저널 '네이처 미생물학(Nature Microbiology)'에 발표했다.
5일(현지시간) 온라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유해균과 유익균이 공존하는 장내 환경에서 어떻게 IBD 같은 질병이 생기는지 밝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논문의 저자인 가마다 노부히코 내과 위장병학 조교수는 "건강한 소화관과 염증을 일으키는 소화관에는 동일한 박테리아가 존재한다"라면서 "단지 경쟁 상대를 바꿀 뿐인데 그 이면에 어떤 메커니즘이 작동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식중독의 주범으로 꼽히는 대장균(E.coli)도 건강한 장에 존재하지만, 병원성 대장균이 양성 대장균과의 경쟁에서 이기면 염증이 생긴다는 것이다. 가마다 교수팀은 이전의 연구에서, 양성 대장균이나 다른 유익균이 탄수화물 대사를 통해 병원성 대장균을 억제한다는 걸 입증한 바 있다. 탄수화물은 대장균이 가장 좋아하는 영양분이다.
이와 함께 장에 염증이 생기면 유익균이 감소하면서 대장균의 성장에 필요한 탄수화물의 양이 줄지만, 병원성 대장균은 계속해서 지배 영역을 넓혀간다는 것도 당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 부분에 주목해, 병원성 대장균이 다른 균보다 유리한 상황을 만들려면, 탄수화물이 아닌 다른 성분으로 '식이 선호'를 바꿔야 할 거라는 가설을 세웠다.
실제로 장에 염증이 생기면 탄수화물을 좋아하던 나쁜 대장균에 세린(serine)을 선호하는 성질이 생긴다는 게 생쥐 실험에서 드러났다. 세린은 인체 내에서 합성되는 아미노산의 일종이다.
연구팀은 또한 병원성 대장균이 세린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도를 높이고, IBD에 걸린 생쥐에 세린 함량이 낮은 먹이를 주면 과도한 유전자 발현을 제어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이는 곧 영양분의 종류를 조절하면, 병원성 대장균도 제어할 수 있다는 걸 시사한다.
가마다 교수는 "물론 항생제를 쓸 수 있다"라면서 "하지만 항생제를 쓰면 나쁜 균과 함께 좋은 균까지 사멸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che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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