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둥성 9개 도시서 주택 구매·자녀 취학·전문직 취업 등 허용
시위 강경진압 한편으로 홍콩인 민심 달래려는 '강온 양면책'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홍콩인의 중국 내 주택 구매, 자녀 취학, 전문직 취업 등을 허용하는 '당근책'을 내놓았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전날 베이징에서 한정(韓正) 중국 부총리가 주재한 '대만구 건설 영도소조' 회의에 참석한 후 이 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계획은 2035년까지 중국 정부가 선전(深천<土+川>), 광저우(廣州) 등 광둥(廣東)성 9개 도시와 홍콩, 마카오를 묶어 미국의 실리콘 밸리와 같은 세계적인 혁신 경제권을 개발하려는 계획이다.
이 야심 찬 계획에서 홍콩은 국제금융·무역·물류·항공의 중심도시로, 마카오는 관광 허브로, 광저우는 대만구의 내륙 중심도시로, 선전은 혁신기술의 특별경제구역으로 각각 조성된다.
홍콩의 반중국 시위가 이어지면서 대만구 계획 내에서 홍콩의 지위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캐리 람 장관은 "대만구 계획에서 홍콩의 중심적 지위가 유지될 것"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람 장관이 발표한 총 16가지 정책에 따르면 홍콩인은 중국 내 거주 증명이 없어도 광둥성 내에서 아파트 등 주택을 살 수 있게 된다.
중국 IT 산업의 중심지인 선전의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 점을 생각하면 홍콩인에게도 이 같은 부동산 투자에 동참할 기회를 준 셈이다.
또한, 광둥성 내 9개 도시에서 일하는 홍콩인은 학비가 비싼 국제학교 대신 중국 본토인의 자녀가 다니는 일반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있게 된다.
홍콩과 중국 본토의 자산관리 부문 연계도 추진되며, 변호사, 건축가 등 홍콩 내 전문직 자격증을 중국 본토에서도 인정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홍콩 보험업자가 중국 내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규제도 완화된다.
광둥성 정부는 2020년도 중국 본토 4년제 대학 졸업자를 대상으로 홍콩·마카오 출신 공무원을 처음으로 모집하기로 했다.
홍콩과 선전 경계에는 록마차우 혁신기술 단지를 설립하고, 홍콩 내 바이오·의료 샘플을 중국 본토에서 실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상호 교류를 강화할 예정이다.
람 장관은 "홍콩 정부는 광둥성 정부 및 유관 중앙기관과 협력해 이들 정책이 최대한 빨리 실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책은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강온 양면책 중 '당근책'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한정 부총리 등은 최근 람 장관과 회동에서 시위 사태에 대한 단호한 대처를 주문했으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유화 정책을 통해 홍콩의 민심을 달래려는 것으로 보인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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