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중전회 후 中 중앙정부 '전면적 통제' 본격화 조짐
홍콩 대학생들, 졸업식서 中 국가 나오자 시위 벌여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 관변학자가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 홍콩 시위 사태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책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왕전민(王振民) 칭화대학 홍콩·마카오 연구소 주임은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연구소가 주최한 한 포럼에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왕 주임은 "20년 넘게 홍콩은 국가보안법을 제정·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도 국가보안법과 같은 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는 홍콩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왕 주임은 주홍콩 중국연락판공실(중련판) 법률부장을 지냈으며, 중국 중앙정부는 그에게 홍콩 정책을 자문한다.
홍콩 정부가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기본법 23조에 근거해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한 것은 지난 2003년 퉁치화(董建華) 행정장관 집권 때였다.
홍콩 기본법 23조는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인물 등에 대해 최장 3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이와 관련한 법률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홍콩 의회인 입법회를 친중파가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제정을 자신했지만, 2003년 7월 1일 50만 명의 홍콩 시민이 도심으로 쏟아져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면서 사태는 급반전했다.
50만 시위에도 퉁 전 장관은 국가보안법 강행 의사를 밝혔지만, 홍콩 재야단체 연합인 '민간인권전선'이 7월 9일 입법회를 포위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하자 결국 '백기'를 들고 말았다.
퉁 전 장관은 예고된 시위가 벌어지기 직전인 7월 7일 성명을 내고 "대중의 의견을 들어 법안을 재검토하겠다"며 국가보안법 2차 심의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9월 5일에는 국가보안법 초안 자체를 철회했다.
이후 국가보안법을 제정하라는 중국 중앙정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홍콩 정부는 아직 국가보안법을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홍콩과 같은 특별행정구인 마카오는 10년 전에 국가보안법을 도입했다.
왕 주임이 국가보안법 재추진을 거론한 것은 지난달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 후 더욱 강경해진 홍콩 정책을 반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재한 4중전회에서는 "홍콩과 마카오 특별행정구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는 법률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결정했으며, 이후 중국 정부는 홍콩에 '전면적 통제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가보안법 재추진은 홍콩 시민들의 더 큰 저항을 불러올 수 있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인다.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도 전날 베이징에서 기자들에게 국가보안법 재추진에 대해 "현 상황에서 더 큰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고 밝혀 홍콩 정부도 이러한 어려움을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홍콩 중문대학 졸업생들은 이날 열린 졸업식에서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이 울려 퍼지자 마스크를 꺼내 쓰고 구호를 외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순간 뒤로 돌아서서 마스크를 쓰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한, '총탄은 두렵지 않다. 진실을 수호하라' 등이 적힌 플래카드도 펼쳐 들었다.
이날 졸업식이 시작하기 전 중국 본토 출신 학생이라고 주장하는 한 남성이 300여 명의 졸업생을 향해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 남성은 대학 경비원들에 의해 체포돼 경찰로 넘겨졌다.
이날 열린 홍콩과기대학 졸업식에서도 졸업생들은 마스크를 쓰고 구호를 외치면서 시위를 벌였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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