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세그레 종신의원 신변 보호…대테러요원도 수사 참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생존자인 이탈리아의 원로 정치인이 소셜미디어네트워크(SNS)에서 극우주의자들로부터 인종 혐오에 기반한 공격을 받아 '반(反)유대주의' 부상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탈리아 종신 상원의원인 릴리아나 세그레(89)는 최근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일부 인사들과 극우주의자들로부터 SNS를 통해 수백개의 메시지를 받는 등 '맹폭'을 당했다. 대부분 인신공격적이고 모욕적인 비난이었다.
이에 세그레는 지난주 반유대주의와 인종차별 등을 다루는 특별위원회를 설립하자는 안을 상원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인종·종교의 다름을 이유로 증오와 폭력을 조장하는 극단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고발하고 경종을 울리자는 취지다.
하지만 이후 세그레에 대한 위해 협박이 가해지는 등 분위기가 더 험악해지면서 경찰이 신변 보호를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세그레는 외출 시 2명의 경찰관이 동행·호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이탈리아 이스라엘 대사는 트위터에서 "이번 일은 오늘날 유럽의 유대인 사회가 직면한 위험을 상징한다"고 안타까워하며 가해자들의 행태를 비판했다.
1930년 밀라노 태생인 세그레는 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44년 가족과 함께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갔다. 부친과 조부모는 수용소에서 사망했으나 세그레는 기적적으로 생존해 독일의 패망과 함께 '해방'을 맞았다.
이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활동에 전념해온 그는 2년 전 세르조 마타렐라 대통령에 의해 종신 상원의원으로 임명돼 정계에 들어왔다.
한편, 특별위원회 설립 관련 상원 표결에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동맹과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성향의 전진 이탈리아, 또 다른 극우당 이탈리아형제들 등 이른바 '우파 연합'이 일제히 기권해 논란을 불렀다.
당시 세그레는 자신이 상원에서 마치 '화성인'처럼 느껴진다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다.
특히 우파 연합의 '우두머리'격인 살비니는 자신도 세그레처럼 공격받고 있다고 발언해 구설에 올랐다.
이탈리아 사법당국은 세그레를 겨냥한 SNS 공격의 가해자들을 특정하기 위한 수사에 착수했다. 사건을 맡은 밀라노 검찰은 이번 일을 사실상의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국가 대테러 경찰에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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