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켓 위반…日정부 불신 커져"…李총리 日비판 발언과 나란히 소개
"정의용 실장이 촬영"…정상·통역 외 다른 인사 대기실 들어간 것도 문제삼아
극우 성향 산케이 '악의적 보도'…정상간 비공식 접촉 사진촬영 룰 없어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극우 성향이 강한 일본의 산케이신문이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환담 사진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무단으로 사진을 촬영했다고 문제삼는 악의적인 보도를 했다.
산케이신문은 8일 1면 머리기사로 '한일정상 대화 무단으로 촬영…용의주도 준비 한국 불의의 일격'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신문은 "한국이 일본 측에 (동의 없이) 무단으로 한일 정상의 대화를 촬영해 공개했다"며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을 시정하지 않으면서 한일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 한국이 일방적으로 대화 내용을 내외에 공표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용의주도한 한국 측의 불의의 일격에 일본 정부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며 "복수의 일본 정부 관계자가 이에 대해 '그건 신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입을 모아 분노했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한국 측이 두 정상의 접촉에서부터 사진 촬영, 신속한 공표까지 용의주도하게 준비했다"며 "당시 아베 총리는 대기실에서 있던 10명의 정상이 순서대로 악수했는데, 마지막이 문 대통령이었다. 마지막에 위치한 문 대통령이 말을 걸자 아베 총리가 거절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SNS에도 누군가와 찍은 사진을 업로드할 때는 상대의 허가를 얻는 것이 상식이다"(외무성 간부), "에티켓 위반"(외교 소식통) 등 신문의 입맛에 맞는 일본 측 인사들의 비판적인 발언을 익명으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정상과 통역 외에 다른 한국 측 인사가 당시 대기실에 들어갔다는 것도 꼬투리를 잡았다.
신문은 "대기실에는 각국 정상과 통역만 입실이 가능했지만, 청와대가 공개한 사진에는 한일 정상과 통역 등 4명이 들어 있었다"며 "복수의 한일 외교 소식통은 사진을 촬영한 인물을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라고 증언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청와대가 홈페이지에 환담 소식을 영어와 일본어 등으로도 소개해 해외에 강조하려 했다"며 "반면 일본 측은 정식 회담이 아니라서 외무성 홈페이지에 환담을 다루지 않고 있다. 일본 측이 원래부터 한일 정상간의 대화나 이를 사진으로 촬영할 준비를 사전에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 개막 전 대기실에서 11분 간 환담을 나눴다.
산케이가 해당 기사에서 스스로 설명했듯 정상 간 비공식 접촉에 관한 사진 촬영과 공표는 명문화된 룰이 있지는 않다.
아베 총리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 '브로맨스'를 강조하기 위해 수시로 트위터에 사진을 올리고 있고,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은 외무상 시절 외교 무대에서 개인적으로 촬영한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무더기로 업로드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럼에도 산케이가 이런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전면 배치하며 악의적인 비판을 한 것은 전날 이낙연 국무총리가 정상 환담과 관련해 일본 측을 비난한 것에 대한 반격 측면이 강하다.
이 총리는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방콕에서 있었던 문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의 만남에 대한 일본의 발표가 국제적 기준에 맞는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 측이 대화 내용도 소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산케이는 한국이 무단 촬영했다고 주장하는 악의적인 기사 바로 밑에 이 총리의 전날 발언을 소개하는 기사를 배치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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