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이버보안은 주권적 결정…기업 아닌 국가에 맡겨야"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미국이 유럽을 상대로 5세대(5G) 이동통신 구축사업과 관련, 다시 한번 중국의 통신장비회사 화웨이를 배제할 것을 촉구했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사이버 보안 문제를 더는 통신회사들에 맡겨놓지 않고 국가가 나서 제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최고기술책임자인 마이클 크라치오스는 7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수도 리스본에서 열린 하이테크 콘퍼런스에서 중국 5G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기술을 "두 팔을 활짝 벌려" 받아들이는 국가들을 비판했다.
미국 기술 및 데이터 정책을 총괄하는 크라치오스는 화웨이를 특정하면서 중국계 회사들은 중국 정보계와 협조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은 지난 5월 화웨이에 수출통제를 가한 미국과 "한편이 돼" 화웨이 제품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우리가 기술정책의 모든 면에서 의견을 같이할 순 없지만 가장 중요한 원칙에선 모두가 동의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럽계 회사들은 워싱턴 당국의 우려에 개의치 않는 듯한 모습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지난달 화웨이는 자사가 맺은 65개의 상업적 딜 가운데 절반이 5G 구축 관련 유럽계 고객들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연합(EU) 의원들은 최근 국가가 배후에 있는 사이버 공격에 대한 보고서에서 드러내놓고 중국과 화웨이를 지목하는 것을 꺼렸다.
이날 앞서 크라치오스는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집행위원회 경쟁담당 집행위원과 만나 '디지털 이슈'를 논의했다고 EU 집행위원회 관리가 말했다.
크라치오스는 연설에서 지난달 르몽드 보도를 인용해 베이징 당국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의 데이터를 5년 동안 화웨이 IT 장비를 이용해 빼돌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AU 본부 건물은 중국이 2억 달러(약 2천309억원) 건설비 전액을 부담해 지어줬다.
화웨이는 크라치오스의 주장에 대해 "위선적이고 명백한 거짓"이라면서 자신들은 AU 데이터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AU도 앞서 화웨이가 사이버 보안 위반에 연루됐다는 주장을 일축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마크롱 대통령은 7일 공개된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5G 문제와 관련해 유럽이 분열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 국가가 나서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5G 문제에 대해 유럽이 조율된 입장을 갖지 못했다고 시인하면서 "달리 말해 주권적 결정과 선택을 사실상 통신회사들에 맡겨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5G의 핵심 기술을 모두 유럽에서 만들 수는 없지만, 자신의 개인적 의견으로는 일부 요소의 경우 반드시 유럽산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화웨이와 관련한 의견이 분분한 것과 관련, "특정 제조업체를 낙인찍고 싶지 않고 그러한 방법은 효과적이지도 않다"면서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이 5G로 핵심 정보를 연결했을 때 시스템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모든 사이버 연결을 단일한 시스템에 의존할 때 과연 그것을 특정 용도로만 제한할 수 있겠느냐가 내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면서 "다른 이슈들에 대해선 난 비즈니스 중립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이버 보안 등 문제는 주권과 관련된 것으로 이전처럼 이익을 중시하는 통신회사에 맡겨둬서는 안 되고 주권에 따라 전략적 사고를 하는 국가가 나서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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